[명장(名將) 김학범] ③ 2018년 시작된 명장 신화…"목표는 은메달 이상"

2020-01-29 14:26

강직한 표정의 김학범 감독 [사진=연합뉴스]


2018년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맡으며 김학범호가 출항했다. 김학범 감독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처음이기 때문.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한 선임이었다. 그는 차분하게 아시안게임 준비에 들어갔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한 것. 여론은 그에게 돌을 던졌다. 맞으면서도 지휘봉을 놓지 않았던 그는 상대를 차례대로 무찌르더니 결국 일본을 넘어트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비난 여론이 돌아섰다. 명장이라는 칭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다시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나섰다. 4전 전승으로 4강에 올랐다. 4팀 중 톱3에 오르면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생기는 상황. 호주를 만난 한국은 2-0으로 올림픽 진출을 확정 지었다. 큰 의미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9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이 남았다. 결승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 연장 접전 끝에 정태욱(23)의 헤더 결승골로 대회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6전 전승. 김 감독은 이 대회에서 로테이션 전술이 예술적이었다. 유명한 선수라고 무조건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필요한 선수를 배치했다. 비주류 선수들을 감쌌다. 잡초 같았던 본인처럼 말이다.
 

눈을 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김학범 감독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은 지난 28일 AFC U-23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금의환향(錦衣還鄕) 했다.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사상 첫 U-23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얹었다. 당시 그는 "선수들과 힘을 합쳐서 얻은 우승이라 더 값지다"며 자신보다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명장이 된 잡초는 과거보다 미래에 집중했다.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직시했다. 올림픽에 출전할 엔트리 18명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기준을 정하지 않겠다"며 "팀에 필요하면 올림픽에 데려가는 것이다. 픽 엔트리의 기준은 결국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 '필요한 선수', '우리가 나가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로 구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출전 자격이 없지만, 출전을 허용하는 선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올림픽 조 추첨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조별리그 상황을 보고 선수를 고를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27), 조현우(29), 황의조(28)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특히, 황의조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3명 모두 팀의 조력자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김 감독은 "대한민국 모든 선수들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조편성을 보고 입맛에 맞는 선수를 고르겠다는 계획이다. 조 추첨은 4월20일 열린다. 선수들이 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달이 남았다.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동메달. 김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귀국한 자리에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서겠다”는 또 다른 굳은 심지를 세웠다. 은행원을 포기하고 축구 지도자를 선택했던 그때처럼 그의 어조와 표정은 '강직'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