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만의 취임식...윤종원 "철은 다른 금속과 섞였을 때 강해진다"

2020-01-29 09:30
혁신금융·바른경영 통해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
대규모 인사시스템 개편 예고…"청탁 엄정 조치"

"철은 순수한 성분일 때보다 다른 금속과 섞였을 때 더 강해집니다."

취임 후 27일 만에 서울 을지로 본점에 출근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29일 가진 취임식 말미에 "IBK가 더 강한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순혈주의를 벗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9년 만에 외부 출신 인사가 취임한 데 대한 내부 불만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날까지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노동조합에 막혀 출근하지 못한 윤 행장은 직원과의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IBK를 가장 행복한 일터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여러분과 제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은행장이 되겠다"고도 전했다.

외부 출신 인사의 강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윤 행장은 "오랜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정부·유관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원 선임절차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도입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7일 윤 행장은 노조와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6대 공동선언을 합의했다.

3년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은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경영 청사진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을 제시했다.

직원들에게는 신뢰와 실력을 강조했다. 고객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등 고객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급변하는 금융수요를 충족시켜야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며 윤 행장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는 월트 디즈니의 발언을 인용했다.

대규모 인사 시스템 개편도 예고했다. 윤 행장은 "직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줄서기, 학연, 지연 등을 통한 청탁에 대해서는 법령과 내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직원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데는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행장은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친 김도진 전 행장의 후임으로 이달 3일 선임됐다. 1960년생인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거쳐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