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그 사실 숨기면? 격리대상자가 길거리 활보하면?

2020-01-28 16:27
벌금 최대 200~1000만원, 실효성 낮다는 지적 일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의심환자가 그 사실을 숨기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증상이 나타나거나 감염 우려지역을 다녀온 사람에게 방역당국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의심증상이 생겼을 때에도 아무 의료기관에 가지 말고 정해진 기관으로 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환자들이 당부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인다.

28일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발생한 네 번째 확진 환자(55세 남성) 접촉자와 이동 경로를 공개했다. 이 환자의 접촉자는 172명이며 밀접접촉자는 95명이다. 앞서 2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을 받은 세 번째 확진자도 증상이 나타난 이후인 22~24일 사이에 서울 강남과 경기 고양시 일산 등에서 74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확진자들 중에는 감염사실을 숨겼거나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법)’ 제81조에서는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도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각 가정은 가구주가, 공공장소는 관리인과 경영자 등이 각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또 감염병 환자가 '주의' 단계 이상의 감염병 예보나 경보가 발령된 뒤 의료인에게 거짓으로 진술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아울러 의심환자의 경우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사람은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격리대상자가 격리조치를 어기고 길거리를 활보한 경우도 처벌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확진자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밀접접촉자들에게는 자가격리 통지서가 발부"됐다. 이들은 거주지에서 최대 14일을 대기해야 한다. 

감염법 제80조에 따르면 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자가 격리 대상자로 선정됐던 50대 채모씨가 외부 활동을 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제재할 수단이 약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있어 현재 있는 법안만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들의 경우, 입국할 때는 무증상이었기 때문에 검역에서 ‘능동감시 대상자’로도 분류되지 않았다. 능동감시 대상자는 집에서 보건당국과 유선으로 증상 등 관리를 받게 된다.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들은 증상이 발현된 뒤에도 3~5일가량을 돌아다녀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전파하는 ‘슈퍼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앞선 확진자 같은 상황에서는 현재 법에서 제재할 방안이 없다”며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관리 대상이나 지역 범위를 조금 더 넓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건령 한국범죄학회 소장은 “미국의 감염법은 대중의 안녕을 위해 소수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의심 환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조치를 취한다”며 “국내에서 능동형감시 등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아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는 관련 논의가 조금 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공항에서 발열검사 하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