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이어 알펜루트까지··· 환매연기 확산 조짐

2020-01-28 16:49
TRS 계약 해지로 환매 연기 선언··· 유동성 위기 확산
"펀드 관련 TRS 계약 적어, 펀드런은 과도한 우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계기로 대형 증권사들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또 다른 자산운용사가 환매 연기를 선언했다.  

결국 운용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TRS 계약 해지로 인한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 가능성에 대해선 과도한 우려란 의견도 나온다. 

◆라임 이어 알펜루트도 환매 연기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총 1817억원 규모의 26개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대상 펀드는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 등이다.

환매 연기 사유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는 대형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운용 중인 개방형 펀드 자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펀드 수익증권을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증권사 PBS 부서들이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미래의 수익과 현재의 고정 이자(수수료)를 교환하는 일종의 자금 대출로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레버리지 수단으로 흔히 쓰인다. 알펜루트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와 TRS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금액은 436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 10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알펜루트운용과의 TRS 계약을 검토했고 유동성이 부족하다 판단했다"며 "펀드 관련 TRS 계약을 맺은 곳은 라임운용과 알펜루트운용 뿐으로 추가 해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알펜루트운용 측은 라임운용과 달리 부실 자산 편입이나 불투명한 투자 등은 없다고 강조한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개방형 펀드에 사모사채나 메자닌 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고, 모든 자산과 세부 내역을 지난해 10월 이후 공개했다"며 "모자형 펀드 구조를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운용업계의 유동성 위기 우려   

운용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펀드 환매 연기가 더 확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시장 성장에 맞춰 PBS 부서를 통한 TRS 계약을 늘려왔다. PBS 업무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만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PBS 제공 사업자는 NH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6곳이다. 고정 수익과 안정성을 보장하던 TRS 계약이 '암초'로 돌변한 것은 라임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 탓이다.

라임운용은 메자닌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기초로 언제든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과의 TRS 계약이 환매 대응을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쓰였다. 그러나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선언으로 증권사 자금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증권사들은 PBS 부서를 축소하고, 대출 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알펜루트운용에 대한 TRS 계약 해지도 이런 방침의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TRS 계약 해지가 운용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TRS 계약은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이라며 “라임 사태를 계기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은 개방형 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유사한 상품을 설계한 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규모 자금이 이탈 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펀드 관련 TRS 계약이 많지 않고, 라임 사태처럼 유동성이 낮은 자산과 관련된 TRS 계약은 특히 적어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TRS 계약은 어떤 자산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위험도와 성격이 다르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거란 의견은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