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칼럼] 나랏돈 퍼붓기 경제운용, 정공법이 필요하다

2020-01-28 14:28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2020년 새해 우리 경제의 향방을 놓고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소식이 들리는 등 어지러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뒤를 돌아보며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작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은 2.0%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0.4%, 2분기 +1%, 3분기 +0.4%를 기록했는데 4분기에는 무려 +1.2%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2%대에 턱걸이(?)를 했다. 주요 항목별로 연간 증가율을 보면 설비투자가 –8.1%, 건설투자는 –3.3%, 수출은 +1.5%, 민간소비는 +1.9%로서 모두 전체 평균 +2.0%에 미달한다. 그런데 정부소비 증가율이 유독 돋보인다. 무려 +6.5%이다. 정부 혼자 분발한 셈이다. 전체 성적이 한 과목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가지고 선방을 했느니 운운하는 것은 낯이 뜨겁다. 더구나 정부는 돈을 ‘벌어서’ 쓰는 조직이 아니라 ‘걷어서’ 쓰는 조직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은 힘들어하는데 정부는 ‘걷은 돈’과 '빌린 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성장률은 1%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이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3.3%로 발표했다. 작년 10월 전망치가 3.4%였으니 0.1% 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2019년의 3.0%보다는 나아진 숫자이다. 그런데 국가별 성장률을 보면 미국 2%, 중국 6%로서 2019년 대비 안 좋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 전망치 자체는 작년보다 좋지만 미·중·일 전망치는 작년보다 나쁘다. 세계 경제 전체를 보면 우리도 좋아질 것 같은데, 우리와 관계가 깊은 미·중·일을 보면 우리 경제의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황이 복잡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경제 내에서의 설비투자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작년보다 좋아진다고 전망하는 기관들과 나빠진다고 전망하는 기관들 간에 가장 엇갈리는 것이 설비투자 항목이다. 예를 들어보자. 좋아진다는 기관에 속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3.6%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 나빠진다는 기관에 해당하는 LG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0.1%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에 많은 것이 달려 있는 상황인데 낙관하기만은 힘들다.

고용통계도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9년 일자리 증가분은 전년 대비 30.1만개를 기록했고 고용률은 60.7%에서 60.9%로 0.2% 포인트 상승했다. 여기까지는 좋아보인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60대 이상에 대한 일자리 증가분은 37.7만개로서 전체 증가분보다 많았고 고용률은 1.4% 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40대의 경우 일자리는 16.2만개 감소했고 고용률은 0.6% 포인트나 감소했다.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18.8만개 감소했다. 반면에 ‘주 36시간 이하’ 일자리’는 59.9만개 증가했고 그중 ‘주 17시간 이하 일자리’는 33.9만개 증가했다. 이를 단적으로 해석하면,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세금 지원’ 일자리는 늘어난 것이다.

이제 작년도 민간투자 증가율 –8.1%와 정부소비 증가율 +6.5% 통계는 고용통계와 연결이 된다. ‘40대’의 ‘36시간 이상’ 일자리, 곧 ‘세금 내는 좋은’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60대’의 ‘17시간 미만’ 일자리, 곧 ‘세금 지원’ ‘알바’ 일자리’는 증가한 것이다.

‘세금 내는’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세금 지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잠깐이면 몰라도 지속하기는 어렵다. 지금 국내설비투자는 줄고 해외직접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감소하고 기업 입지조건은 나빠지고 있다. 국내투자가 줄면 기업 이익도 감소하고 ‘세금 내는’ 일자리도 줄어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차질이 생기고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세금 지원’ 일자리도 유지할 수가 없다.

사상 유례 없는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 경제의 경제 운용에서 정공법이 필요하다. 한 과목 잘해서 전체 평균 올리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민간의 창의를 북돋우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전체 과목 점수를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경제운용을 위한 획기적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전 한국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