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공포] '경제 손실' 사스 400억 달러 넘어설 것…아시아지역 타격 우려

2020-01-28 08:02
안전자산으로 자금 몰려…일본 엔고 우려에 주식 급락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경고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중국 정부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6일 수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최근의 임상 데이터로 미루어 볼 때 감염력이 조금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속도도 더욱 빨라지면서 환자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공공행사를 전면 취소했으며, 국내와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했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교통 급감이 수치로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첫날인 25일 기준으로 중국 내 전체 교통량은 전년도에 비해 28.8%가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항공 교통량은 41.6% 줄었으며, 철도 이동은 41.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로 이동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이미 일부 고속 열차의 운행도 중지시켰다. CNBC는 "정부가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상적 경제활동을 제약하면서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베이징시는 지난 26일 대학과 유치원 학교 등의 개학을 미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벌써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손실이 사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05년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워윅 맥키빈 호주국립대 교수가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 상반기 사스로 인한 전세계 경제 손실은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17년전에 비해 중국의 경제규모가 훨씬 커지고, 교역량도 급증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전염병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깊어지는 공포 증시도 끌어내려···레저·요식 직격탄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본 증시는 27일 급락했다.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24일) 종가보다 483.67포인트(2.03%) 하락한 23,343.5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10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도쿄 증시 1부 전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TOPIX) 지수도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27.87포인트(1.61%) 내린 1,702.57로 마쳤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뉴욕증시도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공포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53.93포인트(1.57%) 하락한 28,535.80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장보다 51.84포인트(1.57%) 떨어진 3,243.63에 장을 마쳤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75.60포인트(1.89%)나 떨어진 9,139.31에 장을 마쳤다.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시점이라 현재 전체적인 손실 규모는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향후 확산 속도와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간 중국 내부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가 대규모의 손실을 낼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가장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 레저와 요식업 분야 등이다.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 성장도 정체될 우려가 있다.

특히 산업 내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태국, 호주, 베트남 등 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의 경우 관광업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한다. 태국과 베트남의 경우 관광객의 25%가 중국인이다.

노무라의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팅 루는 "사스 사태로 인해 중국의 실질 GDP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무려 2%P 하락했다"면서 "성장률 하락은 교통, 운송, 호텔, 우편 등 서비스 분야가 주도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스의 악몽 다시···엔고에 긴장하는 일본 

아시아개발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은 사스의 영향으로 당해 연도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확진자가 4명 나온 일본도 가장 크게 우려를 표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일본 관광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명 관광지 숙박소 예약들이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일본 방문객 3188만명 중 중국인 관광객은 959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거의 30%에 달하는 수다. 소비액으로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 40%에 달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중국 경기 정체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국가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시장 불안으로 엔화에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 강세가 강화될 위험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엔화가 급등할 경우 일본 주식시장을 이끄는 수출 기업들의 수익이 하락하면서, 주식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우려를 표했다.
 

[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