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링크PE 실소유주는 익성… 조범동은 계열사 역할에 불과"

2020-01-22 06:30
'정경심 실소유주론' 포기한 검찰, '정경심-조범동' 연결고리 찾기 몰두
재판부 "투자자가 허위공시 가담사례 있나" 묻자 검찰 "기소된 사례는 없다"

코링크PE의 실소유자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익성'이라는 주장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 20일에 열린 공판에서 '누가 실소유자냐'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검찰은 조씨가 코링크의 실소유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변호인 측은 검찰 측 증거와 증인들을 하나씩 탄핵해 가면서 무죄를 입증해 나가는 분위기다. 

반면 검찰측 논리는 재판이 진행될수록 힘을 잃고 있다. 아직 조씨 측이 요구한 증인들의 심문 순서가 오지 않아 검찰측 증인들만 나오고 있는데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 측이 불리해질 공산이 커졌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조씨 측 변호인은 "궁극적 이해관계나 실질적 오너는 익성 쪽"이라고 말했다.  

"조씨가 코링크PE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익성 이모 회장, 이모 부회장의 제안으로 계열사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껏해야 위장 계열사의 월급 사장에 불과한 조씨를 실소유주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조씨가 정 교수로부터 받은 돈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투자금으로 인정을 받아야 WFM이 정 교수에게 준 '자문료'를 횡령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 사이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반전을 노렸다. 정 교수는 '우리 돈은 잘 크고 있고요?'라는 문자에 조씨가 '네.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또 정 교수가 "내가 걔 또 끌고 와서 투자시켰어"라고 말하자 조 전 장관이 "많이 했어?"라고 묻는 대목도 '증거'로 등장했다. 정 교수가 '종합소득세가 많이 나왔다'며 조 전 장관에게 당황해하는 문자를 보낸 것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검찰은 “남편 때문에 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다 팔아야 한다. 어디 묶어둘 데 없나?”라는 물음에 정 교수의 자산관리사인 김경록씨가 '백지신탁을 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보라'고 하자 “남편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한 것을 근거로 조 전 장관이 '투자'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개된 문자들을 근거로 검찰은 조 전 장관 측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한 돈이 코링크에 투자됐다면서 "피고인은 코링크PE 및 펀드 운용을 하는 데 자금이 필요했고, 그런 중에 민정수석 등 권력자의 자금이 투자되는 것을 큰 기회라고 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남편의 민정수석 취임에 따른 주식 처분 및 새로운 투자처가 절실했다"고 주장하는 등 정 교수와 5촌 조카가 공모해 코링크를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검찰이 문자메시지 내용의 일부만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측 시각에 편향된 설명을 붙여 법정에 제출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만 골라서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공소사실에 대한 설명보다 배경설명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검찰은 "최초 서증조사는 배경설명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라며 재반박에 나섰지만 재판부가 변호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날 재판은 일단 검찰 측의 판정패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을 지켜본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은 검찰의 공판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국 사태' 초기만 해도 검찰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지목하며 5촌 조카 조씨는 정 교수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정경심 실소유주설' 대신 '조범동 실소유주설'을 밀고 있다. 한때 '실소유주'로 간주됐던 정 교수는 5촌 조카의 '공범'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입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2차 공판에 나온 검찰 측 증인들의 진술이 생각보다 신통치 못했고, 그마저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신빙성이 밑바닥을 보여버렸기 때문이다.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들은 "WFM 인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조씨가 코링크PE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조씨'"라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들이 구체적인 경위나 근거를 묻자 "기억이 안 난다"며 대답을 회피해 버렸다. 다음 재판에서 나올 증인을 거론하자 갑자기 입을 닫아 버린 증인까지 나왔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모펀드의 공시의무자를 놓고 재판부가 검찰을 추궁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검찰이 "펀드운용사 대표(가 공시 의무자)지만 실질 운용자인 조씨도 의무가 있고 정 교수도 공범"이라고 답하자 "투자자가 허위공시에 가담하는 경우가 있나"라고 재판부가 캐묻는 장면이었다. 

이에 검찰이 "기소된 사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실토하자 법정 곳곳에서는 실소가 들려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