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스타가' 판흔드는 국회, 삼권분립은 없다
2020-01-20 19:54
정세균 총리 지명을 둘러싸고 새삼 삼권분립 위배 논란이 일었다. 전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야당의 비판에 여당은 국회의장에서 이미 퇴임했으니 상관없다는 반박이지만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전서열 2위에서 5위로 강등(?)되는 경우이니 그리 개운치는 않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삼권분립은 교과서에만 있을 뿐 현실 정치에서는 구현된 적이 없다. 대통령중심제를 표방하지만 실제 운용은 흔히 ‘제왕적’ 대통령이라 비유될 만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대통령집중제’이다.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된 데에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인적 교류’와 절반쯤 공개적인 업무상 ‘청탁’을 통해 서로 유착되어 삼권분립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이 사실상 실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입법 활동에서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에 의해서도 행정부에 의한 입법부의 포섭은 이루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마저 순조로운 청문회 통과를 위해서 현역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차출하는 관행을 오히려 확대함으로써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행정부를 위한 ‘바람막이’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렇게 차출된 국회의원은 대부분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관료가 써준 회견문을 낭독하는 장관이 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라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있었던 비판이 완화된 형태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흔한 비난은 사실상 모든 집권당에 해당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삼권분립은 법과 제도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사람이 정확하게 배치되고 인적 유착이 차단되어야 한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정당들의 ‘인재 영입’은 국회가 그동안 얼마나 형편없이 일했는지를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인재들이 국회의 고유한 권한인 ‘입법권’을 얼마나 잘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득표에 도움이 되는 인물로 내세워진다는 점은 정당 스스로 국회의 무용성과 무능력을 자백하는 것이고, 국회가 법안을 놓고 토론하는 장이 되지 못해 ‘직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를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인은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은 오랜 훈련을 통해 검증된 정치인이 아니라 갑자기 인기를 얻은 스타 정치인이 판을 좌우하는 데 있다. 경제의 왜곡과 정치·행정·사법의 굴절이 상호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를 타파하는 출발점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사이의 인적 유착을 단절하고 검증된 정치인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확고히 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