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견제구에…승부수 던진 中 화웨이

2020-01-17 07:51
英에 303억 투자 약속...우군 확보 박차
美 공세에도 승승장구...2019년 매출 18%↑
새해벽두부터 조직개편 단행...효율성 제고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다. 2020년은 화웨이에게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쉬즈쥔(徐直軍) 순환 CEO의 올 신년사다. 그는 여러 차례 '생존'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에 맞서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화웨이는 전투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맞서 해외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전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화웨이, '갈팡질팡' 영국에 303억원 '통 큰' 투자 약속

화웨이는 1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화웨이-영국·아일랜드 개발자대회'에 참석해 '화웨이 모바일서비스 생태시스템'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영국에 2000만 파운드(약 30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보도했다. 

화웨이는 영국과 아일랜드 개발자는 '화웨이 모바일서비스 생태 시스템'을 통해 화웨이의 최신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영국의 5G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막판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안보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동맹국인 영국이 이달 중 화웨이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려 하자, 대표단까지 보내 화웨이 배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영국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화웨이가 전했다. 화웨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4일 영국 BBC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의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영국 5G 광대역통신망 설치에 필요한 장비 공급 업체에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로선 우군을 만난 셈이다. 

◆화웨이, 조직개편 단행..."조직 발전 주력"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는 탄탄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고속 성장을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망에 따르면 화웨이는 새해 벽두부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클라우드&인공지능(AI) 유닛을 3대(컨슈머, 엔터프라이즈, 통신) 비즈니스그룹(BG)에 이은 4대 핵심 BG로 격상시킨 것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BG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도 조직개편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클라우드컴퓨팅 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문성과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또 화웨이는 운영체계(OS)와 모바일 생태계를 견고히 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앞서 위청둥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20 신년사를 통해 "화웨이모바일시스템(HMS)과 훙멍OS 생태계를 견고히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 우선 해외 생태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글의 구글모바일시스템(GMS)과 OS에 대항해 화웨이의 자체 모바일 시스템과 OS 구축을 위한 생태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부연했다.
 

화웨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美 제재 압박에도 화웨이 '승승장구'··· 5G폰 출하량 690만대 돌파

미국 정부의 제재 압박에도 화웨이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8800억 위안(약 148조35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매출성장률 19.5%와 대비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선방한 셈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지역별 매출 수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수입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머지는 유럽 및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기록한 것을 미뤄보면 미국의 제재 조치가 예상보다 화웨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세대(5G) 스마트폰 출하량을 예상보다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화웨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2019년 12월 말까지 화웨이의 5G 휴대전화 출하량이 69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저가 시리즈부터 프리미엄 시리즈까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던 점이 출하량에 도움을 줬다"면서 "올해 더 나은 5G 체험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창린 화웨이 부총재는 최근 "중국에서 올해 말엔 5G폰 최저가 모델이 1000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 세계 5G 가입자의 40%(6억명)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도 미국의 제재는 계속된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구글, 인텔, 브로드컴 등 여러 미국기업과 거래가 막혀 반도체 부품부터 안드로이드 등 OS까지 공급망에 차질을 빚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가안보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오히려 제재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기술 적용 기준 25%를 1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에 쓰이는 미국 기술 비중 기준을 대폭 낮춰 화웨이가 미국 기술이나 부품을 더 많이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IT)장비 뿐 아니라 가전 등 다른 제품군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또 상무부는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미국 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직접 생산 규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규제안 초안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