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해리부부 왕실 독립 수용…"소망 존중"

2020-01-14 16:00
왕실 공식칭호보다 '손자'로 호칭해 눈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3일(현지시간) 왕실에서 독립하겠다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뜻을 수용키로 했다. 

BBC,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해리 왕자의 향후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 뒤 성명을 내고 해리 왕자 내외가 '전환기'(period of transition)를 가지며 영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왕은 "오늘 손자와 그 가족들의 미래에 관해 매우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면서 "우리 가족과 나는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고 싶다는 해리와 메건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왕이 평소 해리 왕자 부부를 부르는 왕실 공식 칭호인  서식스 공작과 서식스 공작 부인보다는 "내 손자와 그의 가족", "해리와 메건"으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왕실 일원으로서 전임(full-time)으로 계속 활동하길 선호한다"면서도 "가족의 소중한 일부로 남아 있으면서 한 가정으로서 보다 독립적 생활을 하길 원한다는 그들의 소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전했다.

여왕은 "우리는 그들이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늘 함께하기를 선호해왔지만, 여전히 가족의 가치 있는 부분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좀 더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희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해리와 메건은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있어 (왕실) 공공재원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그들이 영국과 캐나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여왕은 "여전히 우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있으며,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서 "나는 최종 결론을 빠르게 내릴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이같은 결정을 인스타그램과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여왕이나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여왕 외에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 찰스 왕세자의 아들인 윌리엄(37)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참석했다. 독립 선언 후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캐나다로 돌아간 마클 왕자비는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