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 "부동산, 투기는 없다"

2020-01-14 11:04
'부동산 투자=아파트' 잘못된 공식 고착...개인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만들어
빌딩 투자도 주식처럼 개인들이 자유롭게 굴려야 부동산 시장 선순환
인재 마음 훔치는 도시가 국가 경쟁력 좌우할 것...판교 이을 수퍼도시 키워야

"부동산 투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은 점점 커지는데 투자 수단은 아파트밖에 없지 않나. '아파트는 투자 불패신화'라는 편견을 규제가 아닌 시장 다변화를 통해 깨줘야 한다. 투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누구나 투기꾼이 될 수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IFC빌딩 존스랑라살(JLL)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투자자들을 단편적인 '투기세력'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시장이 매우 다양한 함의를 띠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부의 증식 수단은 아파트밖에 없다는 생각을 깰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자들을 건전한 시장 참여자로 이끌어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JLL은 지난해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 남산 등 굵직한 상업용 부동산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외국계 부동산기업이다.

주력사업분야는 △상업용 부동산 매입·매각 자문 △자산관리 △임대 대행 △컨설팅 자문 △통합시설관리 △건축 및 인테리어 프로젝트 관리 △중소형 부동산 투자 자문 등이다. 최근에는 △리테일 자산 △물류산업자산 서비스 등 인접 분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한국법인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30%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 2018년 매출 40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19년에도 약 500억원의 매출이 확실시 된다. 작년 한해 서울 대형오피스 자문시장(12조원)의 4분의 1인 3조원가량을 JLL이 차지했다.

장재훈 JLL 코리아 대표가 최근 여의도 IFC빌딩 존스랑라살(JLL)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장 대표는 2005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르네상스 강남 호텔 부지(옛 PCA생명 건물)를 매입해 임대형 건물로 개발한 뒤 2007년 미래에셋에 성공적으로 매각해 오피스 개발 및 선매각이라는 전례없는 투자사례를 남겼다. 그는 "외국투자자가 한국 부동산 투자를 위해 부지를 사전매입한 뒤 임대형으로 개발해 매각한 사례는 최초"라며 "한국 투자운용사들은 건물 선매입 프로젝트에 대한 콘셉트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장 대표는 "한국은 국가경쟁력에 비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경험이 부족해 상해·동경·싱가포르 등 비슷한 경쟁력을 갖춘 다른 국가의 오피스 시장보다 투자 활성화가 덜 되어 있다"며 "다만 금융시장이 고도화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소액 투자자들의 열망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은 예금보다는 위험하지만 주식보다는 안전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중간단계라고 말했다. 부동산은 실물투자고, 토지의 특수성으로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권보다 안전하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우량기업이 신사업 투자를 위해 사옥을 내놨다면 대부분 이 건물에 투자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나 바이오 주식을 사듯 빌딩 투자도 개인들이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개인 투자자들의 퇴직연금, 여윳돈 등이 부동산 리츠나 공모펀드 등에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시장 접근성, 상품다양성, 세제혜택 등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과도한 주택투기도 잡을 수 있고, 부동산 시장도 선순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훈 JLL 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투자시장이 고도화될수록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시니어하우징, 스튜던트하우징 등으로 연 4~5% 배당수익을 올리는 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장 대표는 부동산 투자 시장이 고도화될수록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은 한 국가의 인구, 교육, 주거, 금융활동, 은퇴 등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정책에 따라 시장을 혼란스럽게도, 사회현상을 해결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추구하는 '임팩트 금융'이다. 임팩트 금융은 공익이나 기부 차원의 투자가 아니다. 사업성을 철저하게 따지지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모토다. 이미 외국에서는 임팩트 금융의 부동산 상품이 연 4~5%의 배당수익률로 수요자들의 인기를 얻고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은 시니어하우징(노인주택·요양원 등), 스튜던트하우징(기숙사) 등을 금융상품으로 만들어서 정부 보조금(노인연금, 장학금)-시설운영비-투자의 선순환을 이루는 리츠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공공시설이 도심지를 벗어나지 않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도 이루면서 지속가능한 빌딩으로 환경보호도 하는 3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유망투자처로는 판교를 지목했다. 그는 "IT산업이 몰려 있는 판교는 지리적으로 강남, 분당과 시너지를 내고 있어 '오피스+학군+주거' 세 분야 모두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라면서 "4차산업혁명·지식사회가 될수록 고급인력을 얼마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은 강남, 판교 등과 같은 슈퍼도시가 좌우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일수록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을 붙잡아 두려면 각 도시가 얼마만큼 교육·여가·복지·주거·사회적 안전망 등 복합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는 정부의 확대예산 편성과 저금리로 부동산 시장 유동성이 넘쳐나면서도 총선, 북한과의 관계, 미·중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면서 "상업용 부동산은 투자 트렌드를 좇기보단 종합적인 사고와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과 부정이 충돌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자산운용 방향에 맞춰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