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칼럼]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
2020-01-14 09:51
흔히 여행과 관광은 정치적 자유화나 경제발전에 영향을 받으면서 중산층의 구조적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1989년부터 해외여행을 자유화했는데, 이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한국 국민은 연인원 2870만명으로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첫해에 비해 24배의 증가를 보였다고 한다. 경제성장, 정치민주화, 동아시아의 탈냉전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2018년도 세계 여행 및 관광 산업은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고 있고, 비슷한 수준의 고용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였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투어리즘은 2010년대에 이르러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우선 한·중 간 여행을 보면, 2012년까지 한국에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보다 더 많았는데, 2013년부터 역전되었다. 2017년 사드문제가 한·중 관광의 구조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다시 기존의 양상을 되찾고 있다. 한·일 간 여행의 변화도 유사하다. 2013년까지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보다 많았지만, 2014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하여 그 격차가 급속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 역시 최근의 일본에 대한 여행 자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일 간 관광의 양상은 어떠한가? 2014년까지 일본에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중국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보다 더 많았는데, 2015년부터 역전되어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투어리즘에서 역사적·정치적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2010년대 중반기에 보여준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이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약점을 고쳐야 할 것인가? 세계경제포럼(WEF)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행 및 관광 경쟁력 지수는 2015년도에 29위, 2017년 19위, 2019년에는 140개국 중에서 16위를 기록하였다.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WEF의 '2019 여행 및 관광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4위, 중국은 세계 13위로 우리보다 앞섰다. 이 통계에서 홍콩은 14위, 싱가포르는 17위, 대만은 37위였다. 일본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이 의아하지만, 이 지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면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쟁력 지수는 크게 환경 조성, 관광정책 및 기반, 인프라, 자연 및 문화자원 등 네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 총 14개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관광산업의 진흥에 노력해온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연 및 문화 자원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으나 환경 지속 가능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었다.
한국은 관광정책 및 기반 부문에서 가장 많이 개선되었으나, 가격 경쟁력과 자연 자원 부문에서 저조한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관광 산업의 GDP 기여도는 약 50% 증가할 것이며, 관광산업이 자연 및 문화 자원과 저비용 노동에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기술 중심과 숙련된 전문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은 한편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고, 자연자원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남북한을 아우르는 관광권 형성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에 대한 재구성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매력적인 관광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전쟁과 냉전기 국가폭력의 상흔을 담고 있는 기억의 터들은 국가 간 경쟁과 적대로 인하여 오랫동안 서로 분리되고 파편화된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이제 우리는 동아시아의 냉전경관들을 한데 모아 비교하고, 이들의 공통점이나 차이를 확인하면서, 이들을 공동체적 평화를 증진하는 교류와 연대의 장소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냉전경관을 매개로 한 관광이 일국적 안보관광이 아니라 지역적 평화관광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조건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2018년도 세계 여행 및 관광 산업은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고 있고, 비슷한 수준의 고용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였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투어리즘은 2010년대에 이르러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우선 한·중 간 여행을 보면, 2012년까지 한국에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보다 더 많았는데, 2013년부터 역전되었다. 2017년 사드문제가 한·중 관광의 구조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다시 기존의 양상을 되찾고 있다. 한·일 간 여행의 변화도 유사하다. 2013년까지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보다 많았지만, 2014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하여 그 격차가 급속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 역시 최근의 일본에 대한 여행 자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일 간 관광의 양상은 어떠한가? 2014년까지 일본에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중국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보다 더 많았는데, 2015년부터 역전되어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투어리즘에서 역사적·정치적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2010년대 중반기에 보여준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이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약점을 고쳐야 할 것인가? 세계경제포럼(WEF)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행 및 관광 경쟁력 지수는 2015년도에 29위, 2017년 19위, 2019년에는 140개국 중에서 16위를 기록하였다.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WEF의 '2019 여행 및 관광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4위, 중국은 세계 13위로 우리보다 앞섰다. 이 통계에서 홍콩은 14위, 싱가포르는 17위, 대만은 37위였다. 일본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이 의아하지만, 이 지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면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쟁력 지수는 크게 환경 조성, 관광정책 및 기반, 인프라, 자연 및 문화자원 등 네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 총 14개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관광산업의 진흥에 노력해온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연 및 문화 자원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으나 환경 지속 가능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었다.
동아시아에서 전쟁과 냉전기 국가폭력의 상흔을 담고 있는 기억의 터들은 국가 간 경쟁과 적대로 인하여 오랫동안 서로 분리되고 파편화된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이제 우리는 동아시아의 냉전경관들을 한데 모아 비교하고, 이들의 공통점이나 차이를 확인하면서, 이들을 공동체적 평화를 증진하는 교류와 연대의 장소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냉전경관을 매개로 한 관광이 일국적 안보관광이 아니라 지역적 평화관광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조건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