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학업계 키워드는 ‘생존’

2020-01-09 11:16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고래싸움에 화학업계가 등 터진 새우 꼴이 됐다. 중국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국향 수출 비중이 높았던 국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중국이 과잉생산 해오던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덤핑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이미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은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위해 석유화학업계 대표들이 내놓은 키워드는 ‘생존’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석화업계 CEO들은 한 목소리로 생존을 이야기했다.

대표적으로 김택중 OCI 사장은 이날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제 부인도 교회와 절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어 이를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8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7.13달러로 역사상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손익분기점이 kg당 12~13달러인 만큼 OCI 입장에서는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화학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은 “올해 살아남은 임병연 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올해 다시 살아남아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도 “올해도 살아남자”고 말했고, 노국래 LG화학 부사장 역시 “힘내서 살아남도록 하자”고 했다.

올해도 화학업계는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경제가 오는 2021년부터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지역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도 경기 부양책 한계로 예상보다 빠른 성장저하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이밖에도 사우디 아람코를 중심으로 한 석유기업들의 화학업계 진출도 국내 업체들에게 리스크다. 실제 에쓰오일은 한국석유화학협회를 2007년 탈퇴한 이후 13년만에 재가입 했다. 화학사업 확대가 이유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에서 화학으로(Crude Oil To Chemical)' 비전 실현의 최선봉에 서 있다. 화학설비에 5조원을 투자한데 이어 추가로 7조원을 투자하는 등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총 1710억달러를 석유화학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과잉, 유가 변동성 확대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힘든 한 해를 보냈으나, 지속적인 대규모 설비투자와 사업 다각화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올해에도 산업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당면한 여러 난관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뜻을 모아 노력하자”고 말했다.
 

[사진=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