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5000억

2020-01-08 07:48
지난해 흥행 실패…금리 vs 부채비율 속 고민
국토교통부 등 진에어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사진=한진그룹]

[데일리동방]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놓고 대내외적으로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칼 주요주주 간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흔들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 일가가 입지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진그룹의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은 자금적 압박에도 몰리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추가 회사채 발행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두 차례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올해도 회사채 발행의 흥행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진에어 이사회 활성화 등 다양한 의견을 진에어 측에 제기했다. 특히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다툼을 주시한 것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에게 경영복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개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사건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물컵 갑질’, 미국 국적 보유자로서 진에어 등기이사 재임 논란에 휩싸였다. 후자는 ‘항공법 위반’으로 진에어를 면허 취소 위기로 몰고 갔다. 다만 신규 노선과 부정기편 운항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 제재가 내려졌다.

진에어는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사회 역할 강화, 사외이사 자격 검증 절차 강화, 독립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립 등 총 17개 항목이 담긴 내용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한진그룹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면서 진에어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대됐다.

◆대한항공, 5000억 규모 만기 회사채 도래…계산기 두드리는 투자자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하는 대한항공 회사채 규모는 4950억원이다. 이중 오는 4월 10일까지 2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대한항공 측은 복수 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관계자는 “25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1000억~20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물량이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공격적 확대 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에 이어 최근 조원태 회장 일가 내외 분쟁 등으로 투자자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결과 미매각을 기록했다. 같은해 10월 1700억원 공모에서도 570억원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특히 10월 공모에서는 희망금리 밴드를 이례적으로 고정금리로 제시하면서 투자자를 유혹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룹 안팎으로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기에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현재 기업 현금 유동성과 향후 예상 현금흐름 규모에 따라 투자가 결정된다”며 “대한항공은 비우량채인데다 현재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하면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수요예측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만 기업이 받는 이자 압박, 높은 부채비율, 경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높은 부채비율, KCGI도 지적

전일 한진칼 2대 주주인 강성부펀드(KCGI)는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861%)을 지적했다.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송현동 부지 매각, 국내 호텔 사업 효율성 상승 등 한진그룹이 제시한 주주제안 내용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KCGI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경영진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11.36%)을 늘리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했고 조양호 전 회장은 경영권을 잃었다. 한진칼 지분은 4.91%로 여타 주요주주 대비 낮지만 추가 매입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도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 사모펀드(PEF) 만기가 도래하는 곳도 있다”며 “사모펀드나 투자자들은 KCGI 전략을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원태 회장 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서로 뭉쳐야 하지만 일가를 제외한 여타 주주 입장에서 반기를 들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