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일가, 대 이은 형제 갈등…조원태 매듭질까
2020-01-01 10:11
조양호 회장 '가족 간 화합' 유훈에도 갈등 고조
일가 화합 못하면 KCGI 등에 경영권 빼앗길 수도
일가 화합 못하면 KCGI 등에 경영권 빼앗길 수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30일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25일 이 고문의 자택에서 벌어진 모자 간 언쟁 도중 화병과 유리창이 깨지며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지 닷새 만이었다.
앞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조 회장이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 유훈과 달리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회장이 누나의 ‘반기’를 묵인한 어머니에게 따져 묻는 식으로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 사이 한진칼 주가는 요동쳤다. 23일 4만6200원이던 주가는 27일 3만원대로 떨어지다 30일 4만원으로 올랐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있어 다급한 입장이다. 남매 간 지분이 균등한 만큼 온가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경영권 안정에 힘써야 한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49%, 셋째 조현민 전무가 6.47%로 비슷하다. 어머니인 이명희 한국공항 고문(5.31%)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 줄지도 관심사다.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지분율은 17.14%에 달한다. 우호지분으로 불리는 델타항공(10%)은 물론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건설(6.28%)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명희 모자의 사과문 발표가 한진 일가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이 고문이 아들의 사과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남매 간 갈등 봉합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선대 시절 한진가 형제들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눈 감은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4남 1녀 중 장남이다. 2002년 선친이 작고한 이후 조양호 전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차남인 조남호, 3남 조수호, 4남 조정호 회장이 각각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 메리츠금융을 물려받았다.
이후 형제는 부친의 유언장 진위 여부와 조 전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 완성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은 2011년에야 정리됐다. 이들 형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때는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가 타계한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계열사 간에도 등 돌리기는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메리츠화재와 보험계약을 해지했고, 한진중공업과 메리츠금융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았다.
형이 세상을 뜨자 동생들은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5월 아버지 스위스 예금 채권 상속 미신고 재판에서 형제간 다툼이 아쉽고 허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엔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갈등과 후회를 반복할 위기에 처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한진그룹 임원 인사에서 경영 복귀가 무산됐다. 조 전 부사장 측근이 축출되고 조 회장 측근으로 ‘물갈이 인사’가 진행된 점도 갈등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을 요인으로 지목된다. 어머니와 아들 딸 모두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유훈은 가족간의 화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