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 눈 부상' 말 못하다 3년 만에 행정 소송... 법원 "공상"

2020-01-07 14:51
"직무수행과 무관하게 다쳤다는 증거 없다" 이유

법원이 훈련 중 눈 부상을 당한 뒤 내색하지 않고 명예전역한 부사관의 공상을 인정했다.

7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2부(이승훈 법원장)는 부사관으로 명예 전역한 A씨가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 보상대상자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A씨의 공상을 인정했다.

공상이란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부상이나 질병을 입었다는 뜻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 20일 동계혹한기 훈련 중 눈 부상을 당했다. 무선중계 및 무선통신망 구축을 위한 야간 작전 중 철제 단자함에 오른쪽 눈을 부딪쳐 피멍이 들었다.

당시 A씨는 훈련 중 간부가 아프다는 내색을 할 상황이 아니었고,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A씨의 오른쪽 눈 시력은 0.1∼0.3으로 악화됐고 결국 2015년 12월 '후극부(망막)의 황반 흉터', 2016년 1월 '황반 및 후극부의 변성' 진단을 받게됐다.

A씨는 명예전역 직후인 2017년 9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 보상대상자 등록을 신청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미 3년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보훈처는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나 발급됐고, 공무로 인해 급격하게 악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보훈처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 눈 부상 사실을 확인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목격자인 동료의 진술서도 믿기 어렵다며 공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쪽 눈만 질환이 발생해 선천적 장애가 아닌 외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훈련 중 눈을 다쳤고 이후 시력이 나빠졌다는 동료의 진술은 있고, 오히려 직무수행과 무관한 다른 기회에 다쳤다는 것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