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 낙태 살인 의사 사건… 증인,“의사가 탯줄 감고 나왔다고 하라고 했다”

2020-01-06 17:57

임신 32주의 태아를 낙태 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가 법정에서 증인들과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았다.

6일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송인권 부장판사)의 심리로 지난해 3월 32주 태아의 불법 낙태 수술을 하던 중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산부인과 의사의 증인신문이 있었다.

수술에 참여했던 마취과 의사와 간호조무사 2명 등 3명의 증인이 참석했다.

지난달 3일 1차 공판에서 피고인 측은 불법낙태 혐의와 사체손괴 혐의는 인정하며 이어 "아기를 방치해서 사망하게 한 것이지, 검찰 공소사실처럼 적극적으로 익사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탯줄이 목에 감겨 안색이 파랗게 질려 있는 등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이를 방치해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 A씨는 이번 증인신문에서 “탯줄이 목에 감겨 나오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나왔다고 말하라고 했다”며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고 아이는 탯줄이 목에 감겨 나온 사실을 보지 못했고 보통 피부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태어나자 우는 소리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간호조무사 B씨도 “산모의 혈압이 원래 높았고 아이 심장이 이상하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이전 조사에서는 그렇게 말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나왔을 때 숙이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탯줄을 감거나 (태아 얼굴에서) 청색증을 보지는 못했다”며 “다만, 아이가 울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고 움직였던 기억은 난다”고 말했다.

증언대로라면 아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피고인 측은 이런 증인의 대답에 “그렇게 말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을 설명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증인 모두 파란 양동이에 태아를 넣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물을 채워놓고, 태어난 태아를 넣으려는 용도라고 증언했다.

증언대로라면 이 양동이에는 보통 물을 반 이상 채워 놓는다. 여기에 살아있는 태아를 넣어 방치하면 익사할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이 지난 공판에서 한 주장과 증인의 증언은 태아의 건강상태에 대해 주로 엇갈렸다. 태아가 건강하게 태어났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형량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공판에서 피고인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변호인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적극적 살인의 형량이 다르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말대로 태아의 건강상태가 원래 좋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사망한 것과 일반적으로 태어난 아이를 양동이에 넣어 익사시킨 것은 형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음 공판은 2월 3일 오전 10시 20분에 있을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