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테크인사이드] ㉓ 한성숙호 2기, 주목할 양 날개는 '금융‘과 'B2B'
2020-01-06 00:20
2020년은 네이버에게 특별한 해다. 2019년이 창립 20주년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본격적으로 달려야 하는 시기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제국주의’라고 표현한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가 네이버에게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한성숙 대표 2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한 대표의 공식 임기는 오는 3월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의 전임자였던 김상헌 대표는 2009년 4월 대표이사에 올라 8년간 네이버를 이끈 바 있다.
한성숙호 2기에서 주목할 두 가지 분야는 ‘금융’과 ‘B2B(기업간 거래)’다. 네이버는 올해 본격적으로 금융 사업에 뛰어든다.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이었던 네이버페이가 지난 11월 분사해 설립된 기업이다. 당시 네이버는 “금융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의 온·오프라인 결제 영토를 확장하고 향후 예·적금 통장과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강점은 월 3000만명이 이용하는 포털 네이버가 밑바탕이 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포털이면서도 쇼핑이 가능한 커머스 플랫폼이다. 여기에 네이버페이를 붙이면 ‘검색-쇼핑-결제’에 이르는 구매의 모든 과정을 네이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이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다가 쌓은 페이포인트를 다른 사업과 연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쇼핑을 하고 남은 잔액을 예·적금이나 투자 상품에 넣도록 연동하는 식이다.
이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알리바바의 성공 모델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2004년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바탕으로 2014년 ‘앤트파이낸셜’이라는 금융 자회사를 설립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이용자들이 알리바바의 주요 쇼핑몰인 타오바오와 티몰 등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펀드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잔돈 활용이 가능하고,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페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신용등급평가, 보험 등의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현재 앤트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는 170조원에 달한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앤트파이낸셜과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페이의 트래픽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적합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을 추천·통합·조회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출범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에 8000억원을 투자했다.
B2B 분야에선 인공지능(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AI 솔루션 ‘클로바’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클로바는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국내 대표 시중은행에 OCR 기반의 문서인식, 비대면 본인인증, 24시간 고객상담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클로바 AI 비즈니스 데이’를 개최해 AI를 통한 B2B 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클로바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정석근 리더는 “클로바는 챗봇, 음성 인식, 음성 합성, OCR, 이미지 검색, 얼굴 인식, 비디오 분석, 머신러닝 플랫폼, 텍스트 분석 등 총 9개의 AI 핵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며 “이처럼 폭넓은 기술 라인업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도메인에 최적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클로바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클로바의 얼굴 인식 기술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99.99%의 정확도를 갖췄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행사의 출입 과정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B2B 부문에서 클라우드 사업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네이버의 클라우드 매출은 2018년 대비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금융 IT 기업 코스콤과 금융 클라우드존을 구축, 금융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나섰고,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지난해 6월 동남아 1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데스케라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위해 손잡았다.
최근에는 AI와 클라우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2 데이터센터 ‘각:세종(가칭)’ 설립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세종시 금남면 집현리 29만3697㎡ 면적(약 8만9000평)의 원형지를 매입해 올해 6월 착공, 2022년 하반기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통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전 세계 AI·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