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CES 2020]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취 감춘 中기업들

2020-01-03 00:15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세계최대기술전시회 'CES 2020'에 참여하는 중국기업이 대폭 감소했다. 올해 'CES 2020’에 참가 신청한 중국기업은 지난해 1211사보다 20% 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전시규모도 예년에 비해 작아졌고, 주요 중국기업의 기조강연자도 없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로 중국기업 경영자들은 미국 방문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는 이번 CES에서 전시장을 꾸리기는 하지만 중국 본사가 아닌 남미지사에서 전담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본사의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특히 본사의 참여도가 낮다”고 했다. 화웨이는 공식적으로 “CES보다 2월 말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힘을 아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년 CES를 앞두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중국의 밤(China Night)’ 행사도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지난해 300명 규모로 열렸던 행사가 올해는 150명 규모로 반토막났다. 이 행사는 전자·통신분야의 미·중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과 중국기업의 글로벌 이미지 공유, 양국의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가 네 번째 행사다. 

6일(현지시간) 포시즌스호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중국의 밤' 행사는 왕둥화(王東華) 주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가 주최한다. 이날 행사엔 중국 산업자원부 고위관료와 미국 네바다주 정부, 라스베이거스시 고위관계자,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간부, 중국과 미국 기업인들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기업인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중국의 밤’ 행사 참가자들에게 샤오미와 알리바바, 화웨이, 퀄컴, 인텔 간부가 강연자로 등단한다고 통보한 뒤 돌연 취소되기도 했는데, 올해도 강연자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변경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준호 기자 ]

CES에 참가하는 중국기업이 대폭 줄었다고는 하나, 규모는 여전히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미·중 무역전쟁을 치르고는 있지만, 중국기업의 미국 중시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등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중국기업들은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곳이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고, 통신용 칩을 제조하는 퀄컴은 자동차용 네트워크 분야에서 화웨이, ZTE와 협력 중이다. 특히 퀄컴의 전체 매출 중 약 65%가 중국기업들의 제품 수입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중국 국내 자급률은 10% 수준이다. 트럼프 정권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술기업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기술산업을 키우고 싶은 중국과 중국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싶어하는 미국기업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IT 전문가는 "이번 CES에 참가한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안보문제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해소시키려고 노력하는지 여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