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조국 영장 기각 사유

2019-12-27 16:40
"법치주의· 공정성 해쳤다"면서 "범죄 중대성 인정 안 된다"니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그 사유를 설명했다. 영장을 기각할 때는 대개 "혐의 소명이 안 돼 구속의 상당성이 없다"든지 "혐의는 인정되나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짦막하게 이유를 밝힌다. 이에 비하면 조 전 장관 기각 사유는 비교적 자세하고 길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앞뒤가 안 맞아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점도 있다.권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 전문은 다음과 같다.

------<기각 사유 전문>-----

-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함

- 이 사건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보면,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의 비위내용, 유○○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해보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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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을 때이다. 그리고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는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 중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부분은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분은 좀 다르다. 권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하면서 그의 행위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법치주의와 국가 기능의 공정한 수행은 나라와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다. 법치주의가 실현되지 않고 국가 기능이 공정하게 수행되지 않으면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법치주의와 국가 운영의 공정성을 해친 것만큼 중대한 위법행위가 없다.

더구나 조 전 장관이 받는 혐의는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벌어진 일이다. 민정수석은 공직자와 국가 기관들이 업무 수행에서 법 질서와 공정성을 지키도록 감독하는 자리다. 그런 민정수석이 법치주의와 공정성을 해쳤으니 그보다 중대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권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구속영장 심사도 재판의 하나다. 재판에는 법관의 재량과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아니 그럴수록 더 법관은 자기의 결정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겉으로 밝힌 이유는 핑계나 명분에 불과하고 진짜 이유는 다를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쉽다. 그런 의심이 쌓이게 되면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조국 영장 기각 사유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