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주경제 10대 뉴스-경제] 일본 수출규제부터 주 52시간 유예까지
2019-12-26 10:16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큰 도전을 받았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리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목표에서 하향 조정한 2.0%로 하락했다. 50~299인 규모 사업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경영계의 반발로 시행이 1년 유예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축산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아주경제 경제부는 2019년을 뜨겁게 달군 경제·사회 분야 10대 뉴스를 선정해 살펴봤다. [편집자]
①일본 대(對) 한국 수출규제…강제징용 입장차부터 좁혀야
일본은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그 사이 한일 양국은 각국의 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서로를 제외하는 등 대응 조치를 주고받았다.
점점 깊어지던 양국 간 갈등의 골은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대화의 장을 열기로 일본과 합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한일 통상당국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3년 6개월 만에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재개했다. 또 한일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20일 일본은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한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수출규제 해제 시점과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못 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끌어내지 못한 건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취한 근본적 원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인 만큼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도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②올해 경제성장률 2.0%…내년 2.4% 정부 ‘나 홀로’ 장밋빛 전망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낮춰 예상했다. 정부는 올 초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가, 지난 7월 2.4∼2.5%로 한차례 낮췄다. 이어 최근 2.0%로 더 낮췄다. 올 초와 비교해 무려 0.6∼0.7%포인트 차이가 난다.
정부는 내년 세계 경제와 교역이 회복하고, 특히 반도체 업황이 개선돼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도 올해처럼 너무 낙관적으로 잡은 것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블룸버그가 42개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로부터 집계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2%다. 민간 경제연구소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8%, 한국경제연구원은 1.9%, 한국금융연구원은 2.2%를 제시했다. 2.4%를 제시한 것은 정부가 유일하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최근 1단계 합의를 봤지만, 내년에도 경제 패권을 향한 G2 갈등이 지속할 것이고,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만으로는 우리 경제가 근본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 전망대로 흘러가려면 전제로 삼은 반도체 '업 턴(상승국면)'과 세계교역 회복이 실제 일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③한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하나…디플레이션 우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공식적으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발생한 마이너스여서 충격이 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통계적으로 인플레이션만을 경험해왔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지난 8월도 1년 전보다 0.038% 떨어져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2%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물가가 수요 회복이 아니라 채소류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가을 잦은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지난해 11월 시행된 유류세 인하 효과로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도 지난달보다 줄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거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도 양적 완화(QE)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위원들은 제로(0) 금리 및 양적 완화 정책 가능성에 향후 금융·경제 여건 변화로 필요한 경우에는 중앙은행 대출, 공개시장운영, 지급준비제도 등 한국은행이 보유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는 확장적 정책 기조를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기획재정부는 통합재정수지·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과거보다 크게 나타나 건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확장적 재정은 불가피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기재부는 증세 대신 기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분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1∼2월에 집중적으로 예산사업을 점검해 관례로 이·불용이 이뤄지는 사업이나 관행적인 국고 보조사업을 들여다보고 제로베이스에서 존폐를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 24, 25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3국 기업인들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와 신산업·환경·헬스산업 분야의 협력 등을 강화하기로 선언했다. ‘역내 경제통합’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발 경제보복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국면 전환에 기여할지 추이가 주목된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관세장벽 철폐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11월 4일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의 협정이 타결되면서, 2020년 최종 타결 및 서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50∼299인 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노동계는 정부에 노동시간 단축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며 반발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후진적인 ‘과로 사회’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 기조의 후퇴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 노동부는 50∼299인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50∼99인 기업에는 계도기간 1년에 선별적으로 6개월을 추가하는 등 최장 1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별도 기간의 추가 없이 1년의 계도기간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50∼299인 기업에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1년 더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고 노동시간 제한의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의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 3월 계도기간이 끝나 주 52시간제 안착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준비 기간이 길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조건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⑦수소경제 로드맵 가동…연료전지 개발 첫걸음 떼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한 연설이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통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것을 역이용해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 발전기를 말한다. 오염물질과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데다가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 작고 폭발 위험성이 없어 도심 속에 설치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어 연료전지 보급은 빠르게 증가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연료전지 설비용량(국내 모든 발전설비를 동원해 생산해낼 수 있는 전력 규모)은 44만5천kW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1.1% 늘었다. 이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증가율 25.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 10월 제9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2040년까지 수소 공급가격을 화석연료 수준인 ㎏당 3천원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수소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수소의 저장·운송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범부처 연구·개발(R&D)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휩쓸고 간 경기 북부와 인천 등 접경 지역의 양돈 산업은 ‘전멸’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당국의 고강도 방역 덕에 발병 지역이 국한됐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산세를 꺾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육 돼지와 달리 야생멧돼지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51마리째 검출되고 있어 당분간 긴장 상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들 사이에서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지만 인간에게는 위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SF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애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⑨고교 무상교육 본격 시동…학생 1인당 연 160만원 절약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 2·3학년 약 88만명을 대상으로 확대된다. 내년 고등학교 2·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6600억원이다. 무상교육 시행으로 학생 1인당 연간 약 160만원의 교육비가 절감된다. 무상교육에 필요한 전체 재원의 47.5%인 총 6천594억원이 국고로 지원된다. 나머지 중 47.5%는 교육청 예산으로 하고, 5%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 3월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된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과학고·영재고, 외국어고, 자사고, 일반고의 고교 유형별 서열화가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사실에 힘입어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 폐지를 확정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가 명시돼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대통령령)을 고쳐 이 학교 유형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국회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행정부가 단독으로 고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므로 이에 맞춰 고교 서열을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고교학점제 시행 여부는 차기 정권의 의지에 달려있다. 자사고·외고 등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이들 학교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