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월부터 디지털세 도입...통상마찰 우려
2019-12-26 06:49
B2B·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한정...세율 3%
이탈리아가 내년 1월부터 디지털세를 도입한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기술 공룡들이 주로 표적이 될 예정이라 대서양 통상마찰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이 23일 의결한 2020년 예산법안에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적용 대상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이 7억5000만 유로(약 9800억원) 이상, 이탈리아 내 수익이 550만 유로 이상인 디지털 기업이다.
세금이 부과되는 사업 부문은 기업간 거래(B2B)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제한됐다. 인터넷 거래액의 3% 세율로, 내년 1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추가 세수는 연간 7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세는 구글, 페이스북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현지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당국의 인식이 반영된 정책이다.
가장 먼저 디지털세를 도입한 건 프랑스다. 영국과 캐나다 등도 디지털세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이 확산하면서 미국과 통상마찰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앞서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자국 인터넷 기업에 차별이라고 판단, 프랑스산 수입품 약 24억 달러어치에 최고 100% 관세를 물리는 보복 절차에 착수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 정식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도 미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대응할 뜻을 시사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당시디지털세 도입은 주권 사항이라며 미국의 보복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