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선물, 미사일 대신 꽃병 일수도"…조크로 우회압박
2019-12-25 10:00
도발시 강경대응 시사하면서도 신중·관망모드 연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예고한 '성탄절 선물'에 대해 "미사일 대신 아름다운 꽃병을 선물로 받을지 모르겠다"며 농담 섞인 발언으로 우회 압박에 나섰다.
CNN·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개인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북한이 연휴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방침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놀라운 일이 무엇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어떻게 될지 일단 지켜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의 선물이 어쩌면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미사일 시험과는 반대로 아름다운 꽃병을 보내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꽃병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에게서 멋진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신은 모른다.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현실화할 경우 '아주 성공적인 처리'를 공언하면서도 "지켜보자"고 말해 표면적으로는 신중·관망 모드를 연출하며 '꽃병'과 같은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NN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까지 제재 해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는 북한의 사악하고 우울한 약속에 낙관적으로(그리고 농담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지난 몇 주간 미 국가 안보 관계자들을 괴롭혀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선물을 포장하는 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 당국이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대비, 대응책을 모색하며 긴박하게 움직이는 등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대화를 거부한 채 "올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특히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재차 거론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성탄절 전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도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무언가 진행 중이라면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여기에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등의 대미 강경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은 지난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최대 우방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강경 도발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작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과 20일 중국 및 일본 정상과 잇따라 통화한 이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전원 회의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등에서 윤곽을 드러낼 북한의 '새로운 길'의 방향에 촉각을 세우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