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보이지 않는 AI’...사람 손˙머리 대신한다
2019-12-26 00:01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업계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AI)과 무인화의 거센 바람에 적극 순응했다. 사람의 손과 머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기술 덕에 업계는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신기술의 첨병을 자처하는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백화점·대형마트, 심지어 식품업계에서도 이미 대세가 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을 보자. 정해진 영업시간 외에는 불가능했던 콜센터 고객상담 업무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문화센터 문의에 ‘AI 콜봇’을 적용, 기술검증에 나섰다. 챗봇이 텍스트 기반 서비스라면, 콜봇은 상담 과정을 음성으로 옮긴 시스템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A씨는 ‘미트박스365’에 가입하고 무인 정육 자판기를 설치했다. 바쁜 시간대에 따로 판매원을 두지 않고, 미리 소비자가 자주 찾는 상품을 진열할 수도 있다. 늦은 저녁이나 밤에도 고기 판매가 가능해 추가 수입도 올린다.
하루 200만개 배송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쿠팡 로켓배송에도 AI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쿠팡이 자체 개발한 AI는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출고상품과 작업자 간 거리가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의 담당자 개인정보단말기(PDA)에 출고 명령을 전달한다. 축구장 20개 크기의 물류센터(9만9174㎡)에서 고객이 주문한 정확한 제품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은 오직 AI뿐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무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인 정육점 ‘미트박스365’의 경우, 무인 정육 자판기(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늦은 저녁이나 밤에도 고기 판매가 가능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비비큐(BBQ)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운데 처음으로 무인 서비스가 가능한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점을 열었다. 매장 입구 셀프 키오스크나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 오더’를 통해 따로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서빙도 ‘푸드봇’이 맡는다.
한국피자헛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협업해 패스트캐주얼다이닝(FCD) 레스토랑에서 서빙 로봇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외식업계 최초로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시범 운영했고, 이를 FCD 레스토랑에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자사 빌딩 1층에 자율주행 AI 로봇이 서빙을 하고 주문을 받는 ‘메리고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 제조사의 경우 IT·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가 활발하다. 글로벌 동물영양기업 카길애그리퓨리나(이하 카길)는 통합 낙농 컨설팅 프로그램 ‘데어리 엔텔리젠(Dairy Enteligen)’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24시간 모니터링한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고, 상관관계를 분석해 목장의 일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상용화했다.
동원그룹은 제조 공정분야의 실용적인 AI 기술 확대를 위해 한양대와 손잡고 ‘한양AI솔루션센터’ 설립에 30억원을 쾌척했다. 향후 핵심 솔루션을 중소·중견기업 등 산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로, 초대 센터장은 삼성전자에서 AI 개발그룹장을 역임했던 강상기 박사가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유통업계에서도 AI, 클라우드, 로봇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각 사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2020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선·이서우 기자 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