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는 언제 다시 돌아올까

2019-12-24 08:35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 인터뷰

이달 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4년 반 만에 한국을 찾았다. 23일부터 중국 청두(成都)에서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내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국 교류가 확대되자 관광업계는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회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에서 동분서주 중인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해외 여행 경험이 쌓이면서 높아진 유커들의 눈높이에 어떻게 부응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커 방한 현황은 어떤가.

2016년 방한 중국인이 80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 조치가 시행된 2017년 416만명으로 5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478만명으로 회복됐고, 올해는 6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단체관광은 여전히 금지 중인가.

베이징, 상하이 등 6개 지역에서는 방한 단체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방한 여행상품 홍보나 판매는 안된다. 마케팅 활동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방한 유커의 대다수는 개별 여행객이다. 전체의 85% 정도다. 관광 형태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숙박시설이나 음식, 여행 코스 등을 개인이 결정하는 만큼 여행 만족도가 높다. 쇼핑 강요나 팁 요구 등 단체관광의 부정적 요소도 없다. 한국은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성층의 방문 비율이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드 후유증은 언제 해결될 것으로 보나.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가 한국 상품 판매를 시도했다가 중단된 적도 여러번이다. 한반도에서 정치적 변곡점이 생길 때마다 각계의 성급한 예측으로 시장이 혼선을 빚은 '양치기 소년' 사례도 많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관광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중국은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의 K팝(K-Pop) 등 문화 교류 현황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형태를 띤다. 정치적으로 외부 문화의 중국 내 유입이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미 한류를 경험한 적이 있고, 그 영향력이나 파급력도 익히 알기 때문에 자국의 문화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해 막고 있는 측면도 있다.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대중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다만 제한의 강도는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관련 업계의 과제는 무엇인가.

중국은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스마트폰 하나로 교통시설 이용, 음식 주문, 각종 결제가 가능하다. 실제로 현금 없이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활용에 제약을 느낀다면 방한을 꺼릴 수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게 언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존 확대, 관광 편의시설 스마트화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과 제주도 같은 국제 관광도시를 전국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 및 유관 단체 간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가상현실(AR) 등 4차산업의 기술과 관광 콘텐츠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에서 체험하기 힘든 새로운 관광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중국인의 소비 패턴과 맞추면 금상첨화다. 
 

[사진=유진호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