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를 품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업다각화 등에 대한 기대보다 항공업과 건설업의 시너지와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일 0.95% 내린 2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상승세를 탄듯 했지만 곧 하향 전환한 채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 9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현대산업개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조정폭은 7%에서 43%까지 차이가 컸으며 DB증권, KB증권, KT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등은 9월 이후 2차례 주가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3만원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해오던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2만원대로 떨어진 주가를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3만3500원을 기록하면서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2만원대로 떨어진 주가는 계속 하락해 2만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2주 신저가(2만4950원)를 새로 썼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 상장 뒤 최저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사항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3일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0.9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서 지난달 12일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이후에도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우협선정 발표 당일에는 2.13% 올랐으나 13일과 14일에는 각각 3.05%, 5.47%씩 큰 폭으로 내렸다.

증권가의 부정적인 의견도 늘어났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진행될수록 투자의견에서 ‘매수(Buy)’ 의견이 줄어들면서 이달에는 '매수'가 62.5%, '보유(Hold)'가 37.5%로 보유 의견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건설, 개발회사(디벨로퍼)가 주요 업무인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조윤호 DB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호텔 등 HDC그룹이 영위하는 일부 사업과 항공업 간 시너지는 존재할 수 있지만 HDC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특히 디벨로퍼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 개발업체로의 변화를 꾸준히 꾀하는 기업인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기존 전략이 다소 모호해졌다"고 평가했다.

재무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대상에 등록했다. 한기평은 “이번 인수전 참여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인수금융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우수한 재무안전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원도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자금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하까지 낮춘다고 하더라도 노후화된 기체, 낮아진 경쟁력, 최근 들어 늘어난 기체결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규 항공기 구입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영업실적의 빠른 회복 없이는 재무구조 추가 악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범현대가와의 시너지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단순히 건설사가 인수했다기보다는 ‘범현대가’가 품었다는 게 명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현대가 내의 현대오일뱅크는 항공유,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은 보험, KCC 한라그룹 현대종합상사는 물류, 현대카드는 마일리지,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기대도 나왔다. 라진성 연구원은 “정몽규 회장이 ‘모빌리티’를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빌리티는 단순 탈 것이 아닌 흐름(통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현대산업개발은 도로 인프라와 항만 인프라를 보유, 운영 중이다. 향후 플라잉카, 자율주행, 공유경제, 이커머스 등과 결합된 육·해·공 모빌리티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건설업 대부분의 주가가 떨어졌으나, 현대산업개발은 17일 2.14% 올라 금번 대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