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CJ그룹 “안정이냐 쇄신이냐·”

2019-12-22 14:39
이재현 회장, 정기 인사 미루고 고심 거듭
CJ헬로·투썸 팔고도 그룹 채무 13조원 달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그룹 제공]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한 CJ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물갈이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꾀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재무구조 악화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기존 인재를 중용한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CJ그룹 임원인사가 미뤄지는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 또는 외부 인사 영입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들은 임원인사의 방향성을 전혀 예단할 수 없다고 입 모았다.

CJ그룹 정기 인사는 해마다 11월 기점으로 단행했다. 올해는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무를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고 새해부터 빠르게 조직 안정화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23일 인사가 나지 않으면 결국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25일부터 연말까지 계열사 대부분은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각 사업부에서 보고한 인사안을 모두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CJ그룹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지주사 인력 200여 명을 계열사로 재배치했다.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업무를 분담하는 등의 사후 작업에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원인사 등 전체적인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CJ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CJ제일제당이 구조조정설에 휩싸였다. 회사 관계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소문이 돌 만큼 CJ제일제당이 위기에 맞닥뜨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식품 업계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 지난해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에는 9조4752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850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외 토지와 건물을 KYH에 처분하기로 했다. 서울 구로구 공장부지와 건물을 2300억원에 부동산신탁수익회사(REITs)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CJ인재원 한개 동을 CJ ENM에 매각해 528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계약이 모두 체결될 경우 총 1조1328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그럼에도 CJ그룹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현재 그룹 전체의 채무는 13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대마 밀반입 사건으로 경영승계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CJ그룹 관계자는 “회사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해를 넘겼는데, 현재로선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