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르포] 3040 노동 현장…'초단시간' 알바 현장
2019-12-22 07:00
단기알바 첫 시도만에 만난 3040세대
11월 '초단시간 알바' 38만 명 늘어...역대 최대
11월 '초단시간 알바' 38만 명 늘어...역대 최대
'경제허리 3040 일자리 13만 개 줄어', '직장 잃은 3040세대 알바에 몰린다', '단기알바 역대 최대'.
3040세대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헤드라인이다. 반면, 11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전체 고용률은 61.7%를 기록하며 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론은 ‘고용지표에 허수가 있다.’, ‘3040세대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반박하며 긍정적 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연 현장은 어떨까. '초단기 알바 일자리'에서 3040을 만나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알바 시장을 검색해 보기로 했다.
6일 스마트폰을 켜 1년여 만에 ‘알바몬’ 앱을 재설치했다. 대학 4년간 30개 넘는 단기 알바를 해봤지만 새삼 새로웠다. 하루 알바로 날짜를 지정해 검색하니 20개 넘는 알바가 나왔다. 상·하차, 호텔 케이터링 등 매번 올라오는 알바는 제외하니 후보가 추려졌다.
AI 음성인식 녹음, 전단지, 우편물 관리, PC 설치 등 총 다섯 군데에 지원했다. 개별 문자메시지 지원, 이메일 지원, 앱을 통한 온라인 지원. 지원 형식이 다 달랐지만, 꼼꼼히 성실하게 지원했다. 지원자는 ‘을’이니까.
그 후 5일 만인 10일,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세무사회 수습세무사 교육 현장 PC설치 및 장비 운반 작업. 3시간 근무에 시급 1만 2000원. 2019년 최저 시급 8350원보다 거의 1.5배였다.
◆단번에 만난 3040세대
12일 오후 4시 사전에 공지받은 시간에 맞춰 서울 서초구 서초역에 도착해 한국세무사회로 걸어갔다. 미세먼지가 걷혀 공기가 좋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한국세무사회 1층 로비에 도착하니 20대 청년들과 30대중후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쭈뼛쭈뼛 서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야구모자를 쓴 A씨가 눈에 띄었다. 낡은 구두에 백팩을 맨 차림, 야구 모자와 썩 어울리지 않아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36세, 단번에 단기알바 현장에서 3040을 만난 것이다.
“오늘 한 명이 펑크가 났어요. 한 명 급하게 구했는데 몇 시간 전에 바로 된다고 하셔서 오신 분이에요”
단기 알바를 고용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당일날 펑크를 내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요즘 수능 끝나서 그런지 19, 20살이 많이 지원하지만 펑크를 많이 내 잘 안 뽑는다”며 “주로 30대분들이 지원도 많은데 약속을 잘 지키고, 짐 나르는 일이 많아서 30대를 선호한다”이라고 전했다.
수치상으로도 10대, 20대의 알바 지원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3040세대는 늘고 있다. 알바몬 아르바이트 입사지원 현황 자료에 의하면 1020 알바 지원 비중은 75.9%(2017)에서 70.9%(2019)로 줄었다. 3040은 22.3%(2017)에서 25.4%(2019)로 늘었다.
◆길고도 짧았던 3시간
A 씨는 일이 익숙한 듯 본인 장갑도 챙겨왔다. 일을 시작하니 A씨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업무는 수습세무사 교육현장에 사용될 PC설치였다. 넓은 강당에 책상과 의자를 먼저 정리했다. 한국세무사회 직원들도 동참했다. 전기선을 깔고 물품 박스를 나르면서 A 씨를 봤다. 그도 나처럼 묵묵히 일할고 있었다. 151개의 자리에 노트북과 마우스를 하나씩 올리고 USB에 담긴 교육 자료를 하나씩 복사했다. 2시간 내내 허리를 숙이고 일하니 허리가 아파왔다.
“조금 쉬었다 합시다. 담배 피울 사람들은 피고 좀 쉬세요”
오후 6시, 일 시작 2시간 만에 처음 자리에 앉았다. 묵묵히 일하던 A 씨 옆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힘을 좀 쓰는 작업임에도 그는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었다. 문득,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라고 불리는 대부분 직장인이 퇴근할 시간에 단기 알바를 하러 온 A 씨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내 작업이 재개돼 말을 붙이지 못했다.
작업을 다시 시작하기 전 관리자는 “이제 선정리만 하면 오늘 작업 종료니까 다들 힘냅시다. 일찍 끝나도 급여는 명시된 3시간으로 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 말 때문일까. 사람들은 왠지 더 분주히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세무사회 직원들도 동참해 작업을 도왔다.
작업 막바지에 관리자는 다음 주 PC 수거 인원을 모집했다. “오늘 일보다 훨씬 쉬워요. 정리도 안 하고 물품 수만 확인하면 됩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확인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알바가 일찍 끝나길 기도했지만, 관리자 입에서 나온 말은 “추가 작업이 필요하겠는데”였다. 그 말 이후 알바들은 서로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침묵을 깬 건 A씨였다.
그는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 관리자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1시간 시급을 더 주겠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가장 먼저 추가 작업에 지원했다. 뒤이어 1명이 더 지원했다.
약속된 업무시간 7시가 지났다. 급여를 받기 위해 관리자에게 통장사본과 신분증을 문자로 보내고 옷을 입었다. 강당을 나오면서 안쪽을 바라보니 A 씨는 여전히 PC를 정리 중이었다.
◆A씨 같은 3040, 20만 9000명 일자리 잃고, ‘초단시간 알바’ 역대 최대로 늘어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11월 한 달간 3040실업자 수는 20만 9000명이다. 주 1~17시간 취업자인 ‘초단시간 알바’는 38만 6000명 늘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반면, 3040취업자 수는 남자 기준 작년 동기대비 22만 4000명이 줄어든 1201만 7000명이다. 3040취업자 수가 전 연령 중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감소도 가장 많다.
3040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일을 많이, 잘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버팀목이 계속 사라지면 쓰러지진 않을까. 통계를 다시 보며 A씨가 생각났다.
3040세대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헤드라인이다. 반면, 11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전체 고용률은 61.7%를 기록하며 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론은 ‘고용지표에 허수가 있다.’, ‘3040세대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반박하며 긍정적 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연 현장은 어떨까. '초단기 알바 일자리'에서 3040을 만나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알바 시장을 검색해 보기로 했다.
6일 스마트폰을 켜 1년여 만에 ‘알바몬’ 앱을 재설치했다. 대학 4년간 30개 넘는 단기 알바를 해봤지만 새삼 새로웠다. 하루 알바로 날짜를 지정해 검색하니 20개 넘는 알바가 나왔다. 상·하차, 호텔 케이터링 등 매번 올라오는 알바는 제외하니 후보가 추려졌다.
AI 음성인식 녹음, 전단지, 우편물 관리, PC 설치 등 총 다섯 군데에 지원했다. 개별 문자메시지 지원, 이메일 지원, 앱을 통한 온라인 지원. 지원 형식이 다 달랐지만, 꼼꼼히 성실하게 지원했다. 지원자는 ‘을’이니까.
그 후 5일 만인 10일,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세무사회 수습세무사 교육 현장 PC설치 및 장비 운반 작업. 3시간 근무에 시급 1만 2000원. 2019년 최저 시급 8350원보다 거의 1.5배였다.
◆단번에 만난 3040세대
12일 오후 4시 사전에 공지받은 시간에 맞춰 서울 서초구 서초역에 도착해 한국세무사회로 걸어갔다. 미세먼지가 걷혀 공기가 좋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한국세무사회 1층 로비에 도착하니 20대 청년들과 30대중후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쭈뼛쭈뼛 서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야구모자를 쓴 A씨가 눈에 띄었다. 낡은 구두에 백팩을 맨 차림, 야구 모자와 썩 어울리지 않아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36세, 단번에 단기알바 현장에서 3040을 만난 것이다.
“오늘 한 명이 펑크가 났어요. 한 명 급하게 구했는데 몇 시간 전에 바로 된다고 하셔서 오신 분이에요”
단기 알바를 고용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당일날 펑크를 내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요즘 수능 끝나서 그런지 19, 20살이 많이 지원하지만 펑크를 많이 내 잘 안 뽑는다”며 “주로 30대분들이 지원도 많은데 약속을 잘 지키고, 짐 나르는 일이 많아서 30대를 선호한다”이라고 전했다.
수치상으로도 10대, 20대의 알바 지원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3040세대는 늘고 있다. 알바몬 아르바이트 입사지원 현황 자료에 의하면 1020 알바 지원 비중은 75.9%(2017)에서 70.9%(2019)로 줄었다. 3040은 22.3%(2017)에서 25.4%(2019)로 늘었다.
◆길고도 짧았던 3시간
A 씨는 일이 익숙한 듯 본인 장갑도 챙겨왔다. 일을 시작하니 A씨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업무는 수습세무사 교육현장에 사용될 PC설치였다. 넓은 강당에 책상과 의자를 먼저 정리했다. 한국세무사회 직원들도 동참했다. 전기선을 깔고 물품 박스를 나르면서 A 씨를 봤다. 그도 나처럼 묵묵히 일할고 있었다. 151개의 자리에 노트북과 마우스를 하나씩 올리고 USB에 담긴 교육 자료를 하나씩 복사했다. 2시간 내내 허리를 숙이고 일하니 허리가 아파왔다.
“조금 쉬었다 합시다. 담배 피울 사람들은 피고 좀 쉬세요”
오후 6시, 일 시작 2시간 만에 처음 자리에 앉았다. 묵묵히 일하던 A 씨 옆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힘을 좀 쓰는 작업임에도 그는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었다. 문득,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라고 불리는 대부분 직장인이 퇴근할 시간에 단기 알바를 하러 온 A 씨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내 작업이 재개돼 말을 붙이지 못했다.
작업을 다시 시작하기 전 관리자는 “이제 선정리만 하면 오늘 작업 종료니까 다들 힘냅시다. 일찍 끝나도 급여는 명시된 3시간으로 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 말 때문일까. 사람들은 왠지 더 분주히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세무사회 직원들도 동참해 작업을 도왔다.
작업 막바지에 관리자는 다음 주 PC 수거 인원을 모집했다. “오늘 일보다 훨씬 쉬워요. 정리도 안 하고 물품 수만 확인하면 됩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확인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알바가 일찍 끝나길 기도했지만, 관리자 입에서 나온 말은 “추가 작업이 필요하겠는데”였다. 그 말 이후 알바들은 서로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침묵을 깬 건 A씨였다.
그는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 관리자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1시간 시급을 더 주겠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가장 먼저 추가 작업에 지원했다. 뒤이어 1명이 더 지원했다.
약속된 업무시간 7시가 지났다. 급여를 받기 위해 관리자에게 통장사본과 신분증을 문자로 보내고 옷을 입었다. 강당을 나오면서 안쪽을 바라보니 A 씨는 여전히 PC를 정리 중이었다.
◆A씨 같은 3040, 20만 9000명 일자리 잃고, ‘초단시간 알바’ 역대 최대로 늘어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11월 한 달간 3040실업자 수는 20만 9000명이다. 주 1~17시간 취업자인 ‘초단시간 알바’는 38만 6000명 늘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반면, 3040취업자 수는 남자 기준 작년 동기대비 22만 4000명이 줄어든 1201만 7000명이다. 3040취업자 수가 전 연령 중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감소도 가장 많다.
3040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일을 많이, 잘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버팀목이 계속 사라지면 쓰러지진 않을까. 통계를 다시 보며 A씨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