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여권 유력 '대권 잠룡' 떠오르나
2019-12-19 00:00
박지원 "대권 꿈 버리지 않았다"
이낙연과 '호남대망론' 교두보
이낙연과 '호남대망론' 교두보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차기 국무총리(의전서열 5위)로 낙점되면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정부 두번째 호남 총리로 낙점받은 정 후보자가 이낙연 총리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맥이 끊긴 ‘호남 대망론’의 기수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당·정·청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낼 경우, 강력한 차기 후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포스트 문재인' 자리를 놓고 전·현직 총리가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셈이 된다. 이낙연 총리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 1번지이자 험지로 통하는 종로 3선을 발판으로 ‘큰 꿈(대권)’을 꿨던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락한 것은 대권을 향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코스를 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당 의장을 세번이나 지낸 정 후보자는 당내 최대 계보인 '김근태계'에 이어 ‘정세균계’를 유지하고 있다. 큰 꿈을 뒷받침할 자기 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총리로 간다고 해서 큰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아 이 총리처럼 총리를 잘하면 지지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길은 살아있다"며 "정 후보자는 총리가 되면 꾸준히 그것을 계산하면서 오히려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는 이런 점을 꾸준히 생각할 것이고, 자신의 사단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잘 받쳐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 총리와 정 후보자가 차기 대권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현직 총리로서 상당한 경쟁의식을 갖고 할 것이다. 그렇게 경쟁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로서는 우선 첫 관문인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선’이자 전직 국회의장을 총리에 지명한 배경에는 이른바 내각행(行) ‘의원 불패 신화’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정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 소신 등에 대해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만큼 총리 인준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입법부 수장을 지낸 그가 행정부로 들어가 총리를 맡는 것 자체가 3권분립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당, 대안신당조차도 ‘전직 국회의장의 청와대행’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 후보자는 본격적으로 인사청문 준비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전략·정부·신상·언론·행정지원 등 5개 팀을 꾸렸다. 정 후보자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총리로서의 자질과 역량 등 긍정적인 요소들을 적극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활력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뽑히는 그가 총리로서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경제정책 방안에 대해선 “정책적 문제에 대해선 차차 청문회 과정을 통해 밝히는 것이 온당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총리 인선 배경으로 집권 중반기 국정과제인 ‘통합’과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고 강조한 만큼 정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경제활력 방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꽉 막힌 여야 협치를 회복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