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의 역설…내년 중고가 주택 소유자 보유세·건보료 등도 타격

2019-12-18 17:53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 [연합뉴스]

서울 강남 등의 시세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타깃으로 내놓은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이 엉뚱하게 시세 7억~12억원 중고가 주택 소유자 등 중산층에 타격을 주고 있다.

급등하는 집값을 잡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30~40대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기나 내집 마련 기회를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각종 과세 등의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즉 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 상향조정으로 중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의 수도 늘어나게 됐다.

시가 15억원 넘는 주택에 대한 주택구입용 담보대출 전면 금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 절반 축소 등 부동산 수요 억제를 위한 금융규제의 후폭풍도 거세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 중심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올려 내년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중고가 주택이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동작구의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것.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아닌 공시가격 4억~6억원(시세 7억~12억원)대의 주택이 많이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18일부터 내년 1월 1일자 기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격을 공개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국토부가 밝힌 내년도 표준단독 공시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4.5%로 올해(9.13%)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대별로는 시세 12억~15억원대가 10.1%로 가장 높고, 9억~12억원 이하 7.9%, 15억~30억원 7.5% 순으로 상승폭이 크다. 즉, 시세 15억원 이하 중고가 주택의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3.4~56.0%인 것을 감안하면 공시가격 평균 4억8000만~16억8000만원대 주택들이 집중적으로 오른 셈이다.

정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서울 전체 아파트 125만 가구 중 무려 36.6%인 45만 가구에 달한다. 기준을 시세 9억원 안팎으로 잡으면 서울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공시가격 현실화 확대의 파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셈이다. 
      
성동구 성수동2가 다가구주택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1800만원에서 올해 4억9800만원으로 19.1% 올랐다. 이는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15.5%)보다 높은 수치다.

올해 서울에서 자치구별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작구(10.6%) 흑석동의 한 단독주택도 올해 5억6400만원에서 내년 6억64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17.7% 올라 다른 가격대보다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실제 서울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6.8%)과 비교하면 2~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다가구주택도 공시가격이 올해 4억200만원에서 내년 4억6300만원으로 15.2% 뛰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7.5%)보다 약 2배 높다.

반면 올해 현실화율이 대폭 상향 조정된 초고가주택은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올해보다 낮아진다.

일례로 성동구 성수동1가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18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9억6400만원 대비 90.9% 급등했으나 내년에는 18억5100만원으로 0.6% 오르는 데 그친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2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97.2% 올랐는데 내년 공시가격은 23억3500만원으로 불과 8.6% 상승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로 기초연금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고,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768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재산 건보료를 내는 가입자는 325만 가구다. 올해 1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재산 보험료는 최대 13% 상승한다.

다만 기초연금 수급자와 관련해선 수혜자가 종전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돼 탈락한 수급자만큼 신규 수급자가 채워진다. 또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시행되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예상이다.

물론 공시가격이 급등한 강남·마포·서초·성동구 등에선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거 탈락하는 등 지역별로 수급률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1주택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이하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어서 내년도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마용성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종부세율 인상에 내년 공시가격 상승폭도 커서 보유세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