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 입금된 오일뱅크 주식 대금 ‘1조3700억원’ 어디에 쓸까?

2019-12-17 19:00

현대중공업지주가 1조원이 넘는 목돈을 손에 쥐었다. 금융투자업계 등 시장에서는 일부 부채상환을 통해 그동안 부담으로 작용됐던 차입금 이슈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분 매각은 곧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와의 사업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두 회사 간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7일 공시를 통해 사우디 아람코에 매각한 현대오일뱅크 주식(17%) 매각 대금 1조3749억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지분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됐다.

앞서 지난 1월 28일 현대중공업지주와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최대 1조80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투자합의를 맺은 바 있다. 이 합의에 따라 아람코는 지분 17.0%를 인수하고, 나머지 2.9%는 콜옵션 보유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매각대금 사용처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입금 상환과 스마트 십, 스마트 물류 등 신사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9조6907억원으로 작년 3분기(7조3925억원)에서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순차입금도 작년 3분기 6조1439억원에서 올 3분기 7조7790억원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차입금 의존도 역시 31.8%에서 38%로, 순차입금 의존도도 26.5%에서 30.5%로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 규모는 4조4827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유입된 현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으로 쓸 경우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만 투자 재원으로 사용을 언급한 만큼 유입 자금을 전액 사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입금 상환에 높은 비중을 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더불어 아람코를 상대로 오일뱅크 지분매각을 진행한 데 대해 현대중공업지주가 얻는 긍정적인 효과가 다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은 비상장사 가치 재평가와 재무구조 개선, 아람코와의 관계 증진으로 이어져 일석삼조의 효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프로필렌 유도체 제조사업을 비롯한 고기능성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제조사업 등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람코와 정유 사업뿐만 아니라 조선, 엔진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 협력을 해나가고 있는 만큼 추가협력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아람코, 람프렐, 바흐리 사와 공동 투자해 '킹 살만' 조선산업 단지에 사우디 합작조선소(IMI)를 건설중에 있다. 오는 2021년 말 완공 목표다. 또, 내년 3월 아람코와 엔진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합작회사의 엔진공장은 킹 살만 조선산업 단지에 지으며, 내년 9월 착공해 2022년 5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투자로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함께 추진 중인 HPC(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사업 등 석유화학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아람코의 한국 대표 사업파트너로 상호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아람코와 현대중공업그룹의 협력 내용.[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