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에 돈 쏟아 붓는 中... 산업보조금 5년새 2배

2019-12-17 11:16
지난해 상장사에 보조금 26조원 지급
올해 9월까지 보조금도 전년 比 15% 늘어
보조금 지급 문제, 미중 무역협상 핵심 쟁점
미중 2단계 무역협상 최대 난관 될 듯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가까스로 풀린 양국 무역 갈등의 실타래가 다시 엉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상장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크게 늘고 있단 통계 결과가 나오면서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는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라 향후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금융정보업체 wind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에 중국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은 약 1562억 위안(약 26조1103억원)이다. 이는 2013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이자, 지난해 3조 위안 이상 순이익을 거둔 기업들의 순이익 총액 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올해 증가세도 만만찮다. 올해 1~9월까지 보조금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집계 대상인 3748개 상장사 중 90% 이상인 3544개 기업이 보조금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이 약 31억9300만 위안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 그 뒤를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 광저우자동차그룹과 상하이자동차그룹이 차지했는데,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자동차 기업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 외에도 부실기업을 구제해 자동차 시장 침체를 벗어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해석했다.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보조금 지급 비율도 높은 편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BOE(4위)와 TCL(6위),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7위) 등이 상위 10개 기업에 포함됐다. 중국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2025’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지급은 미국이 양국 무역협상에서 줄곧 지적해온 문제다. 중국 정부는 산업 육성책을 핑계로 다수 중국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WTO 규정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수출촉진을 목적으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 그 외 보조금도 보고가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이 이 부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보조금 지급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기업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그 방증이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은 올해 상반기 고용 유지 명목으로 약 1억277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외에 비정상적인 보조금 지급도 눈에 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장화이자동차(JAC)는 올해 8~11월 친환경 자동차 연구개발 촉진 등의 명목으로 약 3억83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이는 올해 1~9월 사이 JAC의 순이익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조금 지급이 결국 중국 경제의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실한 기업들이 보조금으로 생명을 연명하면 결과적으로 과잉생산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문제는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2단계 무역협상에서 양측이 ▲중국 정부의 대규모 기업 보조금 ▲해외 기업들의 중국으로의 기밀유출 등에 대해 다룰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