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8-7] 한·미·중·일·러 國歌의 법적 근거
2019-12-13 07:00
애국가, 기미가요, 의용군행진곡 등 통해 살펴보기
세계 대다수 나라는 국기와 국가(國歌)를 헌법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싱가포르 등 40여개국은 헌법으로 국가를 규정하는 등 세계 대다수 나라는 성문법으로 국가를 정하고 있다.
성문법으로 국가를 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영국·스웨덴·노르웨이, 네 나라뿐이다. 우리나라 말고 세 나라는 법률로 정하지 않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영국은 성문헌법이 없는 나라이기에 그렇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북유럽 특유의 자유주의 이념에 따라 국가를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2007년 1월 26일 태극기를 국기로 규정하는 <국기법> (법률 제8272호)을 제정 공표하였다. 국가 격인 애국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10년 7월 27일 <국민의례규정>(대통령훈령 272호) 제4조②항 2*에 삽입했다. 그러나 <국민의례규정>은 법령이 아닌 대통령훈령으로서 행정기관의 내부관계에서 하급관청에 대하여 발하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민의례규정>
제4조(국민의례의 절차 및 시행방법) ② 국민의례의 정식절차는 다음 각 호의 순서와 방법으로 시행한다.
1.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곡 연주와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송
3.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묵념곡 연주에 맞춰 예를 표함
이런 법도 아닌 훈령 <국민의례규정>의 한 개 조문 한 개 조항 한 개 호에 ‘애국가’ 세 글자만 기재돼 있다. 애국가의 첨부 별표도 없고 악보도 없다.
<국기법>의 하위법령인 대통령령 <국기법시행령>제4조(국기에 대한 맹세)에 ‘애국가’라는 단어가 1회 나온다. 애국가에 관한 법령이 전혀 아니다.
<국기법 시행령> 제4조(국기에 대한 맹세) ①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때에는 다음의 맹세문을 낭송하되, 애국가를 연주하는 경우에는 낭송하지 아니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②제1항의 맹세문 낭송은 녹음물ㆍ영상물 등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실시할 수 있다.
요컨대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가로서 어떠한 법적 근거도 효력도 없다. 법령도 아닌 훈령의 1개조 1개항 1개호로 ‘애국가’ 명칭만 기재된, 그것도 가사와 곡조 등 별표 첨부도 없는 한국의 ‘애국가’는 주요20개국(G20)은 물론 유엔 회원국 193개 중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불법국가 또는 비법국가(非法國歌)를 이른바 보수우파 일각에선 국가로 입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초대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보수우파 정권을 포함한 역대 모든 정권이 왜 애국가를 헌법과 법률은커녕 하위법령에도 규정하지 않았는가? 과연 애국가가 대한민국 국가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를 짚어보고 다음 주변 4강 미·중·러·일 국가의 입법과정과 법적근거를 비교해보며 자아 성찰해보길 바란다.
2. 미국의 <별이 빛나는 깃발>
<별이 빛나는 깃발 (The Star-Spangled Banner)>은 미국의 세 번째 국가다. 그 이전의 미국 비공식 국가는 <컬럼비아 만세 Hail, Columbia〉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의 위상에 걸맞은 새 국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1930년, 해외참전 전우회는 <별이 빛나는 깃발>을 새로운 미국의 국가로 교체하자는 청원을 개시했다. 500여만명이 서명한 이 청원서는 1930년 1월 31일 미하원 법사위원회에게 제출됐다. 같은 날, 유명 남녀 성악가가 법사위원회에 나가 시연했는데 가사가 군가 같고 음정이 너무 높아 일반인은 부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 끝에 법사위원회는 하원 본회의에 새로운 국가 제정 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1930년 12월 20일 하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1931년 3월 3일 상원에서 통과됐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1931년 3월 4일 <별이 빛나는 깃발>을 미국 공식국가로 승인하는 이 법안에 서명하고 (46 Stat. 1508, codified at 36 U.S.C. § 301)에 서명했다. 법률안에 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흔히들 성문법이 제일 발달한 나라는 어느 나라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독일이라고 대답한다. 아니다. 미국이다! 흔히들 미국은 불문법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19세기 미국 서부개척 시대 이야기다.
독일법을 모방하고 독일과 동맹국이던 일제가 적국이던 미국을 폄하하기 위해 ‘미국은 성문법도 없는 나라야’라고 왜곡 주입된 상식의 오류이자 무형의 일제 잔재다.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통용되고 있는 ‘육법전서’는 온갖 법령을 다 모아서 수록한 종합 법전을 뜻한다. ‘육법전서’의 6법은 헌법·민법·형법·상법·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이다.
그런데 미국법전(United States Code, U.S. Code, U.S.C.)은 미국 연방 법률을 하나로 모은 것으로 모두 53부 법전으로 돼있다. 이를테면 제15법전은 상법, 제18부 법전은 형법 및 형사소송법, 제29부는 노동법 수준이다. 국가는 제36부 법전 ‘애국단체 국가의식법’ 제1편 제3장 301조에 수록되어 있다.
1976년에 수정, 2008년에 재수정한 현행 법조문은 다음과 같다.
(A)지정 : 별이 빛나는 깃발(Star-Spangled Banner)로 알려진 가사와 음악으로 구성된 조합이 미국의 국가다.
(B) 연주시 준수사항
(1) 국가 게양되었을 경우
(a) 제복을 입은 개인은 국가의 첫 음절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마지막 음절까지 그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b) 제복을 입지 않은 군인과 참전 용사는 제복을 입은 개인의 방식과 같은 거수경례를 할 수 있다.
(c) 장내의 모든 사람은 국기를 주목하고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려야 하며 제복을 입지 않은 남성은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어 왼쪽 어깨에 얹고 가슴위에 손을 올려야 한다.
(2) 국기가 게양되지 않을 때에는 모든 사람은 국가가 들리는 곳을 향해 국기가 게양된 때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3. 중국의 <의용군 행진곡>
<의용군 행진곡>은 1949년 9월 27일에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통과돼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로 공식 제정된다.
그러나 <의용군 행진곡> 작사자이자 유명한 항일민족주의 문학자 톈한이 문화대혁명 때 우파 분자로 낙인찍혀 숙청당하면서 금지됐다. 대신 마오쩌둥 찬양가인 <동방홍>을 중국의 국가로 삼았다. 덩샤오핑은 1982년 12월 4일,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를 통하여 <동방홍>을 폐지하고 <의용군 행진곡>을 국가로 회복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후진타오 시대 2004년 3월 14일에 열린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차 회의는 헌법 제136조 <오성홍기> 국기 규정 후단에 <의용군행진곡>을 국가로 추가하는 헌법개정안(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의용군 행진곡이다(中華人民共和國國歌是義勇軍行進曲)통과시켰다. <의용군행진곡>은 헌법 차원으로 격상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2018년 3월 11일 개헌 현행 중국헌법 제141조).
2017년 9월 1일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29차 회의는 16개 조문으로 구성된 <중화인민공화국 국기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적인 행사, 스포츠 행사에서 중국의 국가를 반드시 연주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초등학교, 중등학교에서 중국의 국가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했다(제6조). 또한 국가를 상표와 상업광고, 장례식 등 각종 사적의식에 사용하는 행위와 공공장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행동을 금지했다(제8조). 그리고 국가의 무단 개사, 곡조 왜곡, 풍자·조롱·왜곡하는 행위를 한 자는 15일 이내의 구류에 처해진다고 규정했다(제15조).
2017년 11월 4일,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30차회의는 <형법>을 개정하여 공공장소에서 국가를 심각하게 모독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보호관찰과 자격정지를 병과하도록 규정하여 <국가법>의 집행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중국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과 국가의 전문 단행법인 <국가법>, 국가의 불법사용을 엄금한 <형법>등으로 국가상징으로서 국가의 존엄성과 실행성을 보장하고 있다.
4. 일본의 <기미가요>
1996년 일본 문부성은 19세기 말부터 사실상 국가로 불러왔던 <기미가요>를 각급 공립학교에서 일장기 게양식과 함께 부르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야당 등 반대파들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일본헌법 제19조 위반이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1999년 2월 28일 히로시마 현립고등학교 교장이 기미가요를 제창을 다그치는 문부성과 이에 반대하는 교사들 사이의 갈등에 못 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오부치 게이조 내각은 1999년 6월 11일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안을 중의원에 제출하였다. 이 법안은 7월 22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찬성 403, 반대 86, 기권 1로 통과된 데 이어 8월 9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찬성 166, 반대71로 통과됐다.
결국 1999년 8월 13일 공포된 <국기와 국가에 관한 법률>은 “제1조 국기는 일장기로 한다. 제2조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라는 단 2개 조문과 3개항 부칙, 2개 별표(일장기와 기미가요)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모든 법률 중에서 본문이 가장 짧은 법률일 뿐이 아니라 세계에서 본문이 가장 짧은 법률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장기가 흰 바탕에 붉은 원 문양이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국기라는 거와 기미가요가 총 31음절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간결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입법하지 않았을까?
5. 러시아의 <러시아 연방 찬가>
1991년 12월 소련 붕괴와 동시에 구소련 국가<소련 찬가>는 폐기되었다.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1993년 12월 12일 <러시아연방 헌법>을 제정 헌법 제70조에 국가 규정을 명기했다.
그리고 18세기 러시아의 음악가였던 미하일 글린카가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로 정했지만, 가사가 없었고 음악만 연주되었기 때문에 인기가 없었다. 옐친에 이어 대통령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은 2000년 12월 4일 러시아 의회 두마에 <러시아연방 국가법> 법률제정안을 제출했다.
두마는 2000년 12월 8일 ‘러시아 연방 찬가’를 러시아 국가로 정하는 <러시아연방 국가법>을 찬성 381표, 반대 51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2000년 12월 30일 푸틴 대통령은 모두 11개 조문으로 구성된 <러시아연방 국가법>에 최종 서명하였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의 가사와 음악은 러시아 국가 통일의 상징이다. 국가는 러시아의 역사와 국가체제에 대한 존중의 감정을 반영한다(제2조). 국가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별개 또한 공동 연주 성악 및 기악 매체를 사용할 수 있다(제3조). 국가는 공인된 가사와 음악에 따라 불러야 한다. 공식행사에서 애국가가 연주되면 모든 장내인원은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 국기 게양시 장내 인원은 국기를 주목하고 국가를 제창해야 한다(제4조). 국기법에 위반하는 국가의 연주와 제창은 러시아 연방헌법에 위반한 행위로 엄중처벌한다(제9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