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대세가 된 '1인 가구'....복지.조세제도 변화 속도내야
2019-12-12 18:20
1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 결과에 의하면, 2000년에는 전체 가구의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이 2017년에는 28.5%로 늘어나 558만 가구가 되었고, 2047년에는 다시 37.3%로 높아진 832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현 시점의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 유형이 1인 가구가 되었고, 경제·사회도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대가족제도가 붕괴되면서 3세대 가구에서 부모·자녀로 이루어지는 핵가족가구가 늘어났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30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33세, 여성 31세로 높아지면서 2017년 기준으로 30대 1인 가구 비중이 17.4%로 전체 1인 가구 중 가장 높아졌다. 청년시기에 1인 가구가 되는 것은 교육이나 취업 목적으로 거주지역을 옮기면서 부모로부터 분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유럽이나 북유럽에서는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긴다. 일본에서는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 기대어 사는 젊은이를 캥거루족 혹은 자라족으로 부르듯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나이가 되면 분가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혼밥·혼술 등으로 상징되는 1인 가구 증가가 우리나라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1인 가구에 적합한 주거의 수요가 변동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 수가 감소하면 필요한 주택 수도 동시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인 가구 등 평균 가구원 수 자체가 축소되면 총가구 수의 변화는 시차를 두고 변화한다. 실제로 총인구는 202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나, 가구 수는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로 인해 2040년쯤에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2047년에는 2017년에 비해서 1인 가구에 적합한 주거수요가 274만개나 더 필요해진다. 중대형에 대한 선호가 높았던 아파트 수요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다. 특히 고령 1인 가구는 은퇴 후 소득이 격감한 상황에서 관리비나 각종 세금, 사회보험료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들 들면, 은퇴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건강보험료가 재산에 부과되는데, 중대형 주택에 살고 있으면 건강보험료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된다.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부부가구 혹은 부모·자녀가구와 다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밥 인구가 급감하고 따라서 식료품 구입비가 크게 줄었다. 1990년에는 전체 소비 지출의 26.6%를 차지하였지만, 2018년에는 14.0%로 줄었다. 특히 20∼30대 가구는 27.3%에서 10.5%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소비묶음 단위도 작아져서 대용량 저가구매에 적합한 대형마트 매출액이 감소하고, 접근성이 좋고 간편하게 구매가능한 편의점 수요는 늘어날 수도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비의 개인화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변화도 요구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초개인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