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경제회생 골든타임 아웃....2020년은 선진국과 퇴행국의 갈림길

2019-11-27 10:44



 

[김용하 교수]



미국 경제학자 오쿤이 고안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합한 개념으로, 이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늘어난다고 한다. 지난 10월 통계 기준으로 보면, 실업률은 3.0%로 전년 동월 대비 0.5% 포인트 하락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0%로 안정되어 있다. 고용증가와 물가안정은 거시경제학에서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인식되는데 이를 동시에 달성하였으니 태평성대가 된 듯한데, 체감되는 경제 현실은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음은 무엇 때문일까?

10월의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만9000명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30대와 40대에서 각각 5만명, 14만6000명 감소하였고 60세 이상에서 41만7000명 증가하였다. 60세 이상의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진 저임금·단시간 근로로 추정되고, 고임금·상용직이 몰려 있는 경제중심에 있는 연령대의 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된다. 산업별로 보아도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금융업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숙박음식업·보건복지서비스업 등이 증가하고 있어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2.7%로 하락한 경제성장률이 2019년에는 2.0%대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2.0%에 머물렀고, 10월의 수출이 467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4.7% 감소하는 등 2018년 12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는 미미하게 반등 기운이 있지만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출하는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하고 있다. 연말에 정부예산 투입으로 경제를 어느 정도 부양할 수 있을 것인지가 마지막 관건이지만 잘해도 2.0%이고, 결국은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2020년 경제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주요기관들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 2.3%, 한국금융연구원 2.2%, 현대경제연구원은 2,3%로 보고 있고, 해외에서도 OECD 2.3%, JP모건은 2.0%로 전망하고 있어 대체로 2% 초반대 성장률, 즉 금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미국 통상 마찰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지소미아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반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하락 추세에 있는 한국 경제를 돌려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수소경제를 필두로 하는 혁신 성장도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고, 남북한 경제 협력을 전제로 하는 평화경제도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경제성장률의 몇 배나 되는 슈퍼예산 퍼붓기로 발등의 불은 끄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버틸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중 간의 무역마찰 등 대외적 요인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사회의 체질을 활력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은 현재의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30년대에 직면하게 될 초고령사회의 위기가 이제 10년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10년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안정된 선진 국가가 되느냐,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퇴행 국가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경제사회 전반에 만연된 비효율적·낭비적 요인을 제거하고, 안정적 성장률 하에서도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돌아가는 구조로의 리노베이션이 없이는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노사 간·지역 간·계층 간 국민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를 해결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 서로 남 탓만 하지 않고, 공동선을 위해서는 자기 것을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책임있는 시민의식이 성숙될 때,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번영의 길로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