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 '필리버스터'에 논의도 안 돼

2019-12-09 21:52

MBC '스트레이트'가 9일 오후 방송에서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불법 암매장 등으로 악명을 떨친 '형제복지원' 사건 등을 재조사하기 위한 '과거사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을 추적한다.

부산의 형제복지원은 1975년에서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시키며 각종 학대를 가한 대표적인 인권 유린사건으로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으로 불린다.

형제복지원은 당시 약 3000명을 수용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1987년 당시의 검찰 수사는 철저히 진상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수사에 불과했다.

형제복지원에 감금됐던 피해자들은 대부분 복지원에서 풀려난 뒤에도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지난 달 말,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규하며 과거사법 통과를 호소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이 국회 본회의 직전인 법사위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나경원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던 이유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과거사법 통과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다. 특히 ‘스트레이트’가 국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2017년 발의된 과거사법은 제대로 논의된 적도 거의 없다. “국회가 정상화 되면 논의하자”는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만 가득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더 합의해보겠다”고 말했지만 바로 다음 날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고 국회를 멈춰 세웠다.

논의가 조금 진행된다 싶다가도 “다시 처음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 때문에 논의는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만행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수사해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당시 수용자들이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들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받는데 그쳤다.
 

[사진=부산시 제공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