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계열사 매각vs경영권 방어…한진家 3남매 미래는?
2019-12-09 09:34
③한진그룹-7: 수익저조 계열사 매각해 항공운수업 집중 가능성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의중 따라 향배 달라질수도
반도건설 계열사 한진칼 지분 매입…캐스팅보트 관심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의중 따라 향배 달라질수도
반도건설 계열사 한진칼 지분 매입…캐스팅보트 관심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경영 구상을 처음 밝혔다. 이에 따라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은 삼남매가 경영권 방어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형제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인 만큼 재계는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남매 어머니 이명희 ‘막후경영’ 주목
한진가 향배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70) 의중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남매 지분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한진가 중심축인 한진칼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며 경영권 승계 또는 지배구조 개편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서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남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17.84%)은 규모가 가장 큰 자산이다. 유족은 한진칼 주식을 법적 상속비율 대로 나눠 가졌다. 삼남매가 이미 2.3%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6.52%,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은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36)는 6.47%으로 지분이 늘어났다.
재계에서는 삼남매가 균등하게 지분을 나눈 것을 두고 이 고문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남편인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 고문은 조원태 회장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변호사 상담을 받는 등 아들인 조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모두 승계하는 것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조 회장을 미는 분위기지만 이명희 고문은 아들보다는 딸들에게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큰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특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부사장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관련 재판에 출석할 때는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라며 딸을 끌어안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에서 호텔사업을 맡을 때 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또 집안 장녀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조 전 부사장 경영복귀가 올해 무산됐지만 여론 상태를 주시하며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원태 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어머니 지지를 받아 한진그룹 총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바라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선대 회장 때처럼 그룹이 다시 분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했던 전례가 있었던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2002년 별세하자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2세대 형제들은 수차례 소송 끝에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증권을 계열분리 했다.
과거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경영 참여를 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 부문을 이끌었다. 두 사람이 조원태 회장에게 우호세력으로 남는 대신 일부 회사 계열분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을, 조 전무는 한진관광 계열사나 진에어를 분리해 가져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그러나 계열분리 역시 캐스팅보드를 쥔 것은 어머니 이 고문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승계나 계열분리 모두 삼남매 중 한진칼 지분을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왕산레저개발·싸이버스카이 등 계열사 매각 가능성도
조 회장은 이미 항공업과 이를 지원하는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한진그룹 내 계열사를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진 계열사 중 사업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곳은 싸이버스카이·왕산레저개발·제동레저 등이다. 이중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2011년 인천국제공항 인근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할 목적으로 자본금 60억원을 투입해 설립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2년 영업손실 1082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억7775만원, 2017년 20억4347만원, 2018년 22억9424만원 등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통신 판매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돼 기내 면세품 위탁판매를 하는 싸이버스카이는 최근 몇 년새 수익이 4분의 1로 줄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제동레저도 2016년 2521만원, 2017년 3187만원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이 호텔 등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부지 면적만 3만6300㎡인 데다가 매각 가격이 6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각이 이뤄지면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제주도 정석비행장과 제주도 민속촌, 제주도 제동목장 등도 매각 대상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정리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재무 체질은 큰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진그룹에 필요한 것은 재무 개선”이라며 “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자금줄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진일가 반도건설과 손잡는다면?
최근 한진그룹 편도, 행동주의 펀드 KCGI 편도 아닌 것으로 분류된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 취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 주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일가 삼남매 중 누군가가 반도건설과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이 지분 1.28%를 추가로 취득해 반도건설 계열사가 총 6.28%를 보유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반도건설 측은 경영참여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향후 어떤 전략을 추구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6%를 넘긴 만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등 조씨 일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영권 분쟁에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최근 지분 보유를 공시했던 10월 8일 이후 이달 6일까지 약 두 달에 걸쳐 한영개발은 한진칼 지분 1.1%를, 대호개발은 0.12%를 23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222억4396만원이다. 이로써 한영개발(2.85%)과 대호개발(2.58%), 반도개발(0.85%) 순으로 반도건설 계열사가 한진칼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됐다.
재계는 한진 측이 조 회장 연임안과 관련해 2대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와 표대결로 가더라도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수 있게 지금부터 서서히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이맘때 KCGI는 ‘한진그룹 기업가치 증대’를 외치며 나타났고,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며 오너 일가 경영권을 위협해왔다.
현재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28.94%)와 KCGI(15.98%)·델타항공(10%)·반도건설(6.28%)이다. 특수관계자는 조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 등이다.
따라서 반도건설은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 일가와 손을 잡는다면 지분율이 KCGI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KCGI나 델타항공 등 대주주 어느 한쪽과 손을 잡는 순간 경영권도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여유 자금으로 항공업에 투자하며 경영권 등 여러 카드를 쥐고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이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당장은 삼남매가 특정 편에 서지 않고 협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같은 이유로 조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결국은 중용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조 회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우선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며 “지분으로 볼 때 가족 간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은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운영해야 한다. 또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도 방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수익성이 악화된 대한항공을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