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조선업 한‧중‧일 삼국지 上] 합쳐야 살아남는다… 글로벌 조선업체 '대마불사' 바람

2019-12-04 19:00
초대형화로 기술력 한계 돌파구 마련

한국과 중국, 일본 조선업계가 급박하게 재편되고 있다. 대형조선소 간 합병을 통해 분산돼 있던 설계인력을 한곳으로 모으고 생산 체제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우리나라 국책은행의 부담 덜기라면 중국과 일본 조선업의 합종연횡은 초대형화를 통한 생존이 목적이다. 기술력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 한중일 조선업 키워드 ‘대마불사(大馬不死)’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계획이 발표되면서 중국과 일본 조선업도 초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큰 기업은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을 적극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今治)조선과 2위인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JMU)가 지난달 29일 자본 업무제휴를 위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알려졌다. JMU는 2013년 IHI와 JEF홀딩스의 조선 자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마바리 조선이 JMU의 증자 지분 중 최대 30%를 출자하는 방법으로 합병에 준하는 제휴관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올해 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제외한 상선 대상 공동 영업·설계 회사를 설립하고 생산 체제 효율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회사가 설립되면 건조 능력으로 세계 3위의 조선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JMU는 지분 투자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마바리조선도 "서로 경쟁하는 선종이 있었던 만큼 함께 임하는 것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1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인 중국선박중공업(CSIC)이 합병한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의 출범을 승인했다. 중국선박공업과 중국선박중공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각각 11.5%, 7.5%다.

합병으로 신설된 중국선박공업그룹의 점유율은 19%로 글로벌 1위를 지켜오던 현대중공업(13.9%)을 누르고 단숨에 세계 최대의 조선사로 떠올랐다. 중국선박그룹의 자산총액은 7900억 위안(약 132조원)에 직원은 31만 명에 달한다. 또 산하에 147개 상장 기업을 거느리는 매머드급 조선소가 됐다.

중국정부가 조선소 합병을 추진한 이유는 ‘설계기술인력’을 모아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깔려있다. 더불어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를 줄이고, 자국 업체 간의 출혈경쟁도 막을 수 있다는 복심이 깔려 있다.

◆ 중·일 조선업 재편에도 한국엔 상대도 안돼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의 초대형 조선소가 출범해도 우리나라와의 경쟁에서는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과 기술력은 별개”라면서 “중국 대형 조선사 합병이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도 “합병에 따른 국내 조선소 영향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 수주선박은 대부분이 자국 선사가 발주한 벌크선과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와 주력 선종이 유사한 CSSC의 수주잔고는 컨테이너선이 38.4%, LNG선 13.8% 등으로 채워져 있다. 컨테이너선 중 프랑스 컨테이너선사 CMA CGM가 발주한 11척과 중국 은행의 선박리스 발주 15척을 제외한 46척이 모두 3000TEU 이하 소형 선박이다.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는 짓지 않는 작은 선종이다.

또 잦은 고장과 인도 지연 등은 중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로 CSSC 산하의 후동중화조선소가 건조한 LNG선은 지난해 엔진결함으로 운항 2년 만에 폐선됐다. 또 2017년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의 인도시점이 2019년 초에서 2020~2021년으로 지연되면서 건조 기술력에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태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국 선사들이 발주한 선박을 제외하고 현재 조선업계에서 발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LNG선 수주시장에는 발조차 담그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과 인력이 있어도 단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해사신문에 따르면 히가키 유키토(檜垣幸人) 이마바리조선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LNG선박은 비용을 감안할 때 건조가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야나세 준이치 JMU 영업상무도 “카타르 국영석유에서 입찰 권고가 왔지만 기수주한 4척의 인도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