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대한항공, 델타항공 DNA 이식될까
2019-12-02 13:38
③한진그룹-1 : 부채비율 900%↑... 자금조달 구조 개선 절실
임직원 보상·주주가치 제고 마련해야
임직원 보상·주주가치 제고 마련해야
그러나 ‘한국의 델타항공’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있다. 자금조달 구조 개선, 임직원 보상 체계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과 달리 이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이 그 체면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전수전 겪은 델타항공
델타항공은 미국 내 여객수와 영업이익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엄 좌석 매출비중은 30%를 넘고 평균운임은 여타 대형항공사(FSC) 대비 10%가량 높다.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높은 이유다.
높은 프리미엄 매출 비중은 델타항공 전략이 유효함을 뜻한다. 과거 전체 여정에 대한 정보는 승객이 갖고 있었다. 델타항공은 O&D(Origin & Destination) 수익관리시스템을 통해 각 항공편의 탑승률 사전 예측, 좌석별 판매 여부 등을 결정한다. 쉽게 말해 ‘빅데이터 경영’을 하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기보다 서비스 경쟁력에 집중한 결과다.
델타항공이 현재의 우수한 수익력을 제고하기까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1978년 미국 항공업 규제가 완화되면서 공급과잉에 이은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183개, 2000년 이후에도 14개 항공사가 파산했다.
델타항공도 2005년 파산을 경험했다. 회생절차를 끝내고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했다. 당시 양사 300여개 노선 중 겹치는 구간은 10개에 불과했다.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2년 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 이후 여객수는 30% 늘었지만 이 기간동안 델타항공 시가총액은 4배가량 상승했다.
과거 경험을 통해 똑같은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파산의 아픔 속에서 판로를 찾게 된 것이다. 특히 회생 성공 후 항공기 도입과 노선확대를 지양하고 인수합병(M&A),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 등이 주효했다. 결국 델타항공은 항공업에 등을 돌렸던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
◆델타항공과 JV, 수익성 확보 효과
델타항공은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 후 8월과 9월에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현재 10%를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이전부터 여타 항공사 지분을 확보하고 JV를 통해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 등에 주력해왔다. 한진칼에 대한 투자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대한항공이 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진칼은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은 단순 JV를 넘어 ‘백기사’로 나섰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JV는 1년 반이 조금 넘었다. 그 성과는 점차 드러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매출액 비중은 2017년 55.4%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59.8%로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국내선 여객은 4.3%에서 4.0%로 축소됐다. 국제선에서도 중장거리 노선 수송이 증가했다. 미주와 동남아 노선은 한국발 수요 호조와 델타항공과의 JV 힘이 크게 작용하면서 올해 3분기 기준 전년비 각각 8%, 2% 상승했다. 특히 장거리 노선(미주)이 늘면서 여객과 화물 등이 전체 이익 기여도가 높아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JV 확대에 대해 긍정적이다. 조원태 회장은 “(델타항공 외에) 다른 JV도 모색중”이라면서도 “국내법상 한계가 있지만 협력 가능한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부채 의존 구조 해소해야
대한항공이 ‘한국의 델타항공’이 되기 위해서 남은 과제는 임직원에 대한 보상 마련과 주주가치 제고다. 델타항공은 노스웨스트와 합병 직후부터 임직원 임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익이 정상화되면 어려운 시기를 견딘 구성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회사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다. 창출한 이익금으로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썼다. 회사와 연관된 내외부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경영이 현재 델타항공을 만든 핵심이다.
전자는 차치하더라도 대한항공은 주주가치 제고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조2030억원이다. 지난 2016년 2조8085억원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비용 대비 약 3.8배다.
그러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자본조달은 제한적이다.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채비율은 900%를 넘어섰다. 늘어나는 부채는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배당수익을 위협하게 된다. 자본과 부채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부채조달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채가 과도하면 유동성 리스크 등에 노출되고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업종 이익은 유가, 환율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자금조달 구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경영권 방어는 물론 자본조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