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인사, 조원태 체제 본격 출범…KCGI 견제 여전
2019-11-29 17:29
구조조정 암시 발언, 현실화 여부 주목
한진그룹은 29일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측근으로 지목된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 서용원 ㈜한진 사장,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등이 전부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원태 회장 출범 이후 첫 임원 인사라는 점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튼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험한 발상일 수 있지만 아는 분야가 아니면 사업을 벌리고 싶지 않다. 있는 것을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대한항공이 자리를 잡으면 정리할 사업은 있을 것 같다.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시장은 한진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그룹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는 20% 이상 감소했다.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는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축소했다. 계열 구조조정은 시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조양호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석태수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직은 유지한다는 점이다. 한진칼은 국내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점에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석태수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 없었다. 한진칼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3세들이 힘을 합쳐야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7년 대한항공 입사 후 기획관리실, 비서실, 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쳤다. ㈜한진은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옮겼다. 한국공항은 유종석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 전무가 강영식 사장의 뒤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