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美…총기난사 올해만 387건

2019-12-02 13:59
뉴올리언스 관광명소서 휴일 총격…11명 부상
올해 총기난사 사건, 최근 5년 중 가장 많아
총기 규제 내년 美 대선 주요 쟁점으로 부상

최근 관광지, 학교 주택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총기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지역에서도 총격 사건이 이어지자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총격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점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시민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이날까지 발생한 총격사건은 총 387건에 이른다. 지난해 수준(337건)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최근 5년 새 최대치다.

미국에서는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11월 28일)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악몽 같은 총기 난사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먼저 오전 3시 20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의 외곽 도로변에서 총격이 발생해 10명이 부상을 당하고 이 중 2명이 중태에 빠졌다.

몇 시간 뒤 시내 다른 곳에서도 총격 사건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은 두 사건을 모두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직접적인 관련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다른 곳에서도 총격 사건이 일어나 이날 하루 루이지애나주에서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1일(현지시간) 총격이 발생한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18일에는 캘리포니아 중남부 도시 프레즈노의 한 주택 뒷마당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같은 달 14일에도 총격 사건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LA) 샌타클라리타의 한 고등학교에서 16세 남학생이 총을 쏴 같은 반 친구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건이다. 당시 사망자와 부상자는 14∼16세 학생들로, 수업 시작 전에 총격이 시작돼 대부분 건물 밖 운동장에 있다가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총을 발사한 용의자도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건 최근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총기 구매를 제한(월 1정)하는 등 총기 규제 법안을 한층 강화했다. 뉴저지주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총기 보유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잇단 총기난사 충격에 내년 미국 대선에서도 총기 규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이미 앞다퉈 총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도 같은 입장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 완화 기조를 고수하며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를 두둔해왔다. NRA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는 데 3000만 달러를 썼다.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NRA의 지지를 받는 닐 고서치를 신임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총기규제 강화법을 무력화하는 등 총기업계의 지지에 화답했다.

NRA를 비롯한 총기 보유 이익단체들은 미국의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보유 권리를 보장한다며,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권의 총기 규제 논의가 매번 겉도는 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NRA 같은 이익단체의 로비활동에 발목이 잡힌 탓이라고 지적한다.

 

[표=미국 총기난사 사건 발생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