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단식 엿새째 기력 급저하…주변 만류에도 단식 지속

2019-11-25 17:01
이해찬·인명진·이재오·박형준·이언주 등 만류…하루종일 누워 보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단식투쟁에 나선지 엿새째에 접어들었다. 황 대표는 단식 초기보다 기력이 급격히 빠져 거의 하루종일 누워서 보냈다. 황 대표는 처음 이틀동안 청와대의 경호상 문제로 국회와 청와대 앞 분수대를 오가며 단식을 했지만 최근 사흘동안은 청와대 주변 텐트서 밤을 보냈다.

특히 이날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황 대표의 체력이 더욱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전날부터는 앉지 못하고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자신의 의지를 보였다.

황 대표는 단식투쟁을 이어가면서 지난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도 불참했다.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통해 보낸 추모사에서 "1983년 대통령께서 단식투쟁을 통해 사수하셨던 자유민주화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좌파독재의 다른 이름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연비제(연동형비례대표제)법을 막기 위해 우리 당은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도 다짐했다.

이날 황 대표 텐트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인명진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 이언주 무소속 의원 등이 방문했다.

이해찬 대표는 황 대표를 만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기력이 빠져 있어서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며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나하고 협상을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언주 의원도 황 대표를 찾아 "그만하시고 병원을 가셔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싸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 건강하니 '건강, 건강' 하지 말라"며 "자꾸 말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황 대표를 대신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회의를 이끌었다.

황 대표는 대신 박 사무총장을 통해 "자리를 지켜주는 분들께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강석호·권성동·김명연·김도읍·김현아·이만희 의원과 권영세 전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애초 침낭에서 노숙을 시작한 황 대표는 22일 초록색 원터치 텐트에서 지내다가 전날부터 같은 자리에 파란색 천과 비닐로 덮은 임시 천막을 짓고 기거했다.

임시 천막이 비바람에 쓰러지자 한국당은 흰색 몽골 텐트를 설치했고, 황 대표는 양쪽에서 부축을 받으며 몽골 텐트로 옮겨갔다. 또 의사 출신 김철수 당 재정위원장 등이 정기적으로 황 대표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부인 최지영 여사도 이날부터 자리를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