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진실공방 가열…靑 "사과받았다" vs 日 "사실무근"

2019-11-25 15:07
윤도한 "日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 하지 않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대한 일방적인 발표와 관련, 일본이 사과했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사실이 아니라'는 일본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합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밝힌 내용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지난 22일 한·일 양국 정부가 동시에 합의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일본 언론으로부터 사전에 관련 내용이 유출된 것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보다 늦게 발표한 점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의도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정 실장의 생각이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라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일제히 "사전에 한국 측과 조율했다"며 반론에 나섰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보도에서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에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한 이번 결정은 양보라는 비판이 있으며, 일본에 항의함으로써 국내 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지통신 역시 "청와대 관계자가 일본 정부의 태도를 '견강부회'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하며 한국 정부는 일본의 보도가 한국 국내 여론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윤 수석은 관련 문제를 두고 한·일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자 "진실 게임은 일본과 한국의 언론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진실은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실(일본이 사과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 역시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진실공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양상이다. 

NHK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발신 하나하나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면서도 "어떻든 정부로서는 (한국에)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도 "(관련) 보도는 알고 있으나,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일 정책 대화 재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합의가 이뤄진 지 이틀도 안 돼 한·일 간의 자존심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양국 정부는 '대화의 장' 자체를 깨지 않을 전망이다.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 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 회담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와 관련한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수출규제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11.23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