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스마트 건설산업의 이상과 현실

2019-11-21 10:04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상호 한구건설산업연구원장. [사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제공]


글로벌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디지털 산업, 스마트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 건설 자동화 완성’이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정보모델링(BIM),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드론, 모듈러(Modular), 3D 프린팅, 지능형 건설장비 및 로봇 등 수많은 스마트 건설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다. 글로벌 건설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대형 건설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이나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일부 언론의 보도만 보면 금방 우리 건설산업도 스마트 산업으로 바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큰 차이가 있다.

올해 상반기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200여개 종합 및 전문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건설기술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그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 수준이 모두 미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의 정부조달공사에서 활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우리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BIM 기술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응답이 약 30%였고, '사업에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약 55%였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도 '모른다'가 27%,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가 61%였다. 드론 기술도 20%가 '모른다', 60%가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 세계가 현장시공을 대신하여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 방법 중의 하나로 모듈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건설기업들은 모듈러 기술도 25%가 '모른다', 60%는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에 대해서도 25%가 '모른다', 67%는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D 프린팅 기술도 21%가 '모른다', 71%는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능형 건설장비나 로봇 기술에 대해서도 23%가 '모른다', 71%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이 같은 응답도 건설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종합건설업체의 인지도나 활용도가 높은 반면,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체는 전반적으로 낮다.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은 향후 10년 내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기술 유형에 따라 69∼100%였는데, 전문건설업체들은 기술별로 평균 16%라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응답은 우리 건설업계 내부에서 향후 대형 종합건설업체와 중소 전문건설업체 간에 ‘디지털 격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5년 내에 종합건설업체는 44%, 전문건설업체는 40%가 스마트 건설기술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형 종합건설업체라도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과 활용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55%나 되었고, 전문건설업체들은 95%였다.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을 위한 인력은 60%가 내부 양성이 아니라 외부업체를 활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건설산업을 스마트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이 언젠가는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 조직이나 인력은 취약하고, 기술에 대한 인지도는 낮고 활용도 또한 저조하다. 응답업체의 절반 이상은 향후 5년 내에 스마트 건설기술이 활성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와 있는 현실이다. 스마트 건설기술은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각국 정부도 조달과정에서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을 권고하거나 의무화하는 추세다. 우리 건설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당면한 스마트 건설산업의 이상과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싱가포르처럼 펀드 등을 조성하여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하는 건설기업에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건설기업에만 스마트 건설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조달 프로세스부터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