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의학자 손동민, "치매 치료제 상용화는 최소 10년"

2019-11-21 00:02
"돌연변이 타우 단백질, 신경세포 파괴 메커니즘 규명"
손, "타우 표적 치료전략 뒷받침..축삭돌기 새 치료제 개발 가능성 시사"

30대 한국인 연구원이 참여한 미국 연구진이 치매 발병 과정의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 연구원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드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긴 하지만, 치료제 상용화까지는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과도한 낙관을 경계했다.

이번 연구가 당장 치매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긴 어렵겠지만 "치매 발병 메커니즘과 치료 표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 일원인 손동민 글래드스턴 연구원이 최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연구 결과는 뇌신경분야 저명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손 연구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 환자들의 뇌신경세포(뉴런)에는 ‘타우 단백질’이 뭉쳐 쌓여 있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돌연변이인 타우 유전자가 뉴런을 파괴하고 기억력 감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 타우 단백질이 어떻게 뉴런 기능을 떨어뜨리는지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손 연구원이 참여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뉴런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돌연변이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부분인 ‘축삭돌기 도입부(axon initial segment)’의 세부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 받으며 주위 신경세포와 소통하고 정보를 처리한다. 세포가 주고 받는 전기신호의 일정한 '주기'가 기억력과 인지력을 받치는 근간인 셈이다. 그러나 타우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신경세포에서는 전기신호의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손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부 임상실험에서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자, 뉴런의 축삭돌기 도입부가 치매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새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연구원은 효과적인 치매 치료제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최소 10년"이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새로운 연구가 치료제로 나오기까지는 거쳐야 하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했다. 과학적 발견이 효과적인 암 치료제로 바뀌는 데도 몇 십년이 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 연구원은 "현재 치매 치료를 위한 임상실험이 계속 진행 중이고 일부는 결승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치매의 종류와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약으로 모든 치매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치매를 정복하는 것은 꾸준한 지원을 요구하는 단계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그러나 결국 치매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는 "기본적인 질병 발생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의 발전으로 신약 표적의 발견이나 치료제 개발에 드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2008년 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학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 지평을 넓혔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UCSF 부설 기관인 샌프란시스코 글래드스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뉴런 11월 6일자 표지 [사진=UCS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