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D-3..."이대로면 그대로 종료될 듯...향후 한·일-한·미 관계 '난항' 전망"

2019-11-19 22:15
지소미아, 22일 자정 종료 예정...文대통령 "日과 군사정보 공유 어려워"
"한·일 양보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 커"...한·미 동맹 우려 목소리도
"韓, 1965년 청구권 협정 통해 日로부터 5억달러 수령 부정할 수 없어"
"한·일 갈등, '지소미아→화이트리스트→강제징용' 순으로 풀어나가야"
"근본 원인은 강제징용 판결 관련 韓정부 입장...중추적 역할 수행해야"


한국과 일본 간 역사 갈등이 경제·안보 분야로 번진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22일 자정)가 19일 기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일 양국이 한발씩 물러서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는 이대로 종료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지소미아가 종료된다면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 역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일 갈등을 두고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내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판결은 소송 피고인 일본 기업들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자료 지급이 끝났다면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 지난 7월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상 한국을 배제했다.

결국 이번 한·일 갈등이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된 만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렛대 삼아 수출 규제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결국 풀리지 않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선 시일이 다가온 지소미아 문제부터 역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이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한·일 양보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 커"...한·미 동맹 우려 목소리도


 

[그래픽=연합뉴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 갈등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상 한국을 배제한 이유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통해 일본과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일본은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심지어 일본은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무방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결국 한국의 입지만 어렵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소미아와 화이트리스트를 맞바꾸려던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 자체가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권 협정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이라며 "일본 내부적으로는 '한국이 자꾸 골대를 옮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한국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과 관련해 입장을 바꾼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우리는 '노(NO) 아베'를 외치지만, 아베 정권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 역시 일본의 통상규제 원인은 강제징용 판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지소미아와 연결해 수출 규제 강화 문제를 풀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은 애초에 성립이 안 됐다"고 짚었다.

지소미아 종료 여부와 관련해선 비관적인 관측이 우세했다.

신 전 대사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지소미아가 결국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양국이 서로 한 발씩 뒤로 물러서 상호 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대국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지소미아 종료) 상황을 돌이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지소미아에 연연하기보다 이제 새로운 틀을 짜는 게 더욱 적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지소미아 종료 이후 나중에 한·일 관계가 회복됐을 때 일본이 지소미아 체결에 응할 것인지 여부인데,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또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해법을 찾고자 정부가 원고 측인 피해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이후 이 같은 움직임에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일본과도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거듭된 만료에도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한·미 동맹에 미칠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 또한 제기됐다.

이 교수는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상징"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미 동맹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엔드 스테이트(최종상태)'가 주한미군 철수라면 더욱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는 미국 입장에서 무의미하다"고 거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최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답을 먼저 주는 외교는 좋은 외교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일 갈등, '지소미아→화이트리스트→강제징용' 순으로 풀어나가야"

 

[사진=청와대]


이들은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5억달러의 배상금을 받은 사실을 언급,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 있어서 정부의 책임론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원장은 "징용문제와 관련해 쟁점은 청구권 협정과 관련된 법적 문제"라며 "당시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청구권을 지급하겠다는 일본 측 의도와 달리 한국 정부가 개인들에 대한 청구권 자금 5억달러를 모두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신 전 대사 역시 "5억 달러를 받은 것은 사실이 '옳았냐, 그르냐'는 역사에 맡길 판단"이라며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이 우리나라 경제 개발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양국 갈등 해결 과정에 한국 정부가 빠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역사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우선 종료를 코앞에 둔 지소미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아울러 양국 갈등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중추적인 역할 수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 전 대사는 "결국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통상 규제,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은 '3종 세트'"라면서 "그중에서도 시일이 가장 가까운 지소미아부터 해결하고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한·일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양국 간 정보 교류를 중단한 후에 수출 규제 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역시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되고 한국 정부가 (기금 마련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잘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원장은 "(지소미아 종료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일 갈등의 해법을 만들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데 한국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 또한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소미아부터 시작해 경제, 정치, 역사 문제를 거꾸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역사 문제가 정치화해 경제, 안보 문제로 확대됐다. 안보 갈등이 우선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분야도 대책을 세우기가 힘들다"고 방점을 찍었다.

양 교수는 "한국 정부가 우선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국내 16개 기업으로부터 모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금을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한다면 소송 피고인 일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한·일 미래 세대 간 교류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한·일 차세대 지도자들 간 교류가 자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성세대의 반한·반일 감정 조장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