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디스커버리 계열 신용ㆍ자금 관리 ‘Key’
2019-11-20 05:15
SK디스커버리, 공개 매수로 지분율 65.5%로 상승…계열분리 지주 체제 확립
SK가스 배당성향 43.98%…지주사 현금 유입 통해 자회사 지원 여력 높아져
SK가스 배당성향 43.98%…지주사 현금 유입 통해 자회사 지원 여력 높아져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8일 SK가스 지분 공개매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55.76%에서 65.5%로 상승했다.
SK디스커버리 최대주주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49.32%)으로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주 아들이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 2대주주는 사촌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40.18%를 보유하고 있다. ‘SK’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SK그룹과는 사실상 독립돼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2017년 SK케미칼이 존속법인(SK디스커버리)과 신설법인(SK케미칼)으로 인적분할되면서 설립됐다. 이후 최창원 회장은 보유한 신설법인 지분을 존속법인에 현물출자했다. ‘최창원 부회장→SK디스커버리→SK케미칼’로 이어지는 현 구도를 만든 것이다.
여타 주력 자회사인 SK가스와 SK플라즈마도 지주체제 하에 두게 됐다. 지난 몇 년간 자회사의 손자회사 합병 등이 병행되면서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해졌다.
SK케미칼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차입금의 상당 부분이 이관됐다. 그 결과 SK디스커버리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7.5%, 차입금의존도는 18.22%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SK케미칼 부채비율은 115.93%, 차입금의존도는 41.31%다. 다만 분할 이전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의무를 감안하면 SK디스커버리의 실질 차입부담은 외형으로 보이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SK케미칼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이니츠의 흡수합병을 승인했다. 이니츠는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생산업체다. 시장 확보가 되지 않으면서 수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SK케미칼은 유상증자를 통해 이니츠를 지원해왔다.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SK케미칼 연결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타 주력 계열사인 SK플라즈마 상황도 녹록치 않다. GC녹십자가 주도하고 있는 혈액제제시장을 파고들지 못하면서 올해 상반기 13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SK디스커버리의 믿을 수 있는 구석은 현재로선 SK가스뿐이다. SK디스커버리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두고 성장성 배팅, 지배력 강화 등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가스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배당확대를 통해 그룹 전반 자금지원과 함께 신용도 관리 차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SK가스의 배당성향은 43.98%(2018년 12월 IFRS 연결 기준)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 LPG산업은 SK가스, E1 등 수입사와 4개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과점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SK가스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PG산업은 대규모 투자 등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가운데 대중연료라는 특성상 일정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600억원 수준이며 올해 상반기에는 1253억원을 달성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지주사 등 지원여력을 감안해 자회사 신용등급은 1노치(notch) 업(up)시킨다. 현재 SK디스커버리와 SK케미칼은 A0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반면 SK가스는 AA-다. 즉 SK가스를 통해 창출되는 현금이 SK디스커버리로 유입되면 여타 계열사 신용도 관리도 용이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SK가스 성장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안정적 현금흐름이 받쳐주고 있어 배당확대를 통해 SK디스커버리 곳간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디스커버리 자회사 지원 여력이 높아질수록 SK케미칼과 SK플라즈마는 성장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고 각각 자체 자금조달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