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능현장] "긴장 말고 실력 발휘하길"…시험장 앞 애타는 부모들

2019-11-14 08:00
포옹, 눈물, 기도…수험생 자녀 배웅 후 교회,성당, 절 찾아
교문 앞 후배들 응원전 열기 '후끈'

2020년 수능이 치러지는 고사장 앞에서 가장 애타는 사람들은 바로 수험생들의 부모님들이었다. 14일 오전 7시 10분께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수험생의 어머니 이태선(43)씨는 아이를 한번 포옹해 준 뒤 시험장으로 들여보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했다고 말한 이씨는 "아이 들여다보내고 교회에 가서 기도할 예정이다. 원래 교회 신자이기도 하고 일가친척 모두에게 기도를 부탁했다"면서 "아이는 담담한 것 같은데 내가 불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또다른 수험생의 아버지인 이희선(47)씨는 이날 아이를 위해서 휴가를 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마음이 불안해서 결국 회사를 하루 쉬고 아이를 응원하러 나왔다"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점심을 준비했는데, 아내랑 교회에 기도하러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7시 32분께는 도시락을 놓고 간 아이에게 뒤늦게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온 학부모도 있었다.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가까스로 아이에게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초고에서 오전 7시 15분께 만난 수험생의 어머니 서재연(46)씨는 "아들이 두 번째 시험이라 더 긴장한거 같다"면서 "오늘 늘 먹던 된장국을 도시락에 담아줬다. 늘 평소하던대로 해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여의도 고등학교 앞에서 아들을 시험장으로 들여보내던 한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김숙연(50)씨는 아이를 들여보내기 전에 아이를 힘껏 껴안으며 "힘내 걱정마"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많이 긴장되고 기도하는 마음이다"라면서 "아이가 아침에 많이 긴장했던데 편하게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볼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러 올 예정이다. 

서울시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앞에서 아이를 들여보낸 학부모 이현정씨는 "침착하게 후회없이 잘 보고와"라며 아이와 인사를 나눴다.

오전 7시 30분이 넘어서면서 교문 앞 응원전도 더욱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서초고등학교 앞에서는 중동고등학교 후배들이 시험을 보러가는 선배들을 응원하며 경례를 건내기도 했다.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서는 장훈고등학교 학생들과 대영고등학교 학생들이 응원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장훈고등학교 2학년 최혁준 군은 "날씨가 춥지만 견딜만하다"면서 "형들도 추울테니 문닫힐 때까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군은 "시험이라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선배들이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대영고등학교 1학년 변진욱 군은 다른 학생 6명과 함께 축구부 선배를 응원하러 나왔다. 변 군은 교가를 부르면서 선배들을 응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린인터넷고 앞에는 중경고등학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인 김경숙씨가 나와 응원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달려온 고3 수험생 및 재수하는 학생들 응원한다"면서 "오늘 하루 떨지말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시락을 놓고오는 돌발 상황은 시험장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선린인터넷고에도 도시락을 전달해 달라는 전화 때문에 한 교직원이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는 "시험 도중 도시락이 도착할 거 같은데. 원래 매년 한두명씩 이런 일들이 있고, 이런거 말고도 당일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여의도 고등학교 앞에서 고등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류선우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초고등학교 앞에서 오전 8시께 경찰차에서 수험생 한 명이 내려 시험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 교문에서 아이들 들여보낸 수험생 부모님이 여전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사진=류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