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실향민 586, 양극화 문제로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9-11-15 06:05
"최근 양상은 세대 갈등이라기보단 586 내 양극화 문제로 봐야"
"부모 세대 일찍 퇴장 후 주도 세력 올랐으나 행동 양태는 前 세대 답습"
"4차 산업혁명 속 주력산업 빠르게 개편…자연스럽게 퇴장해야 충격 적어"
"재벌 지배구조 문제 일단락…세계 1등 기업 지원 위해 사회적 합의 필요"
"인간 창의성 극대화할 교육에 정부 재원 집중 투자해야"

          [586 현장형 미래학자 홍성국, 586을 말하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586의 문제를 586 내의 양극화의 문제로 해석한다. 절대적으로 많은 인구수로 인해 많은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586의 추락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기본 골격이 바뀌고 있다. 인간의 행동 규범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대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증권사 CEO를 역임하고 현재는 현장형 미래학 전문가로 변신한 586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를 만났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세대 갈등은 기본적으로 인구구조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느 나라나 성장과 수축 과정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이 있고, 그때 하락한 성장률이 갈등을 촉발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지금 586은 1960년대 산업화를 계기로 생긴 경제적인 여유와 이에 따른 출산율 증가로 늘어난 세대를 말한다. 세대 간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양상으로 번지면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세대별로 무리를 지어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현재 586이 타깃이 되는 이유는 이 시점에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론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어느 나라나 특정 세대가 사회 전체를 끌고 가는 현상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을 30대 중반에 한 것이나, 정계에서 YS(김영삼), DJ(김대중) 등 전 대통령들이 정계에 입문하면서 40대 기수론을 내건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엔 인구 구조상 앞세대가 없어 젊은 세대가 깃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경제적으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데, 현재 주도권을 쥔 586이 인구수로 가장 많아 세력을 형성했으니 갈등의 주원인으로 비친다."

- 586의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은 1961년도부터였다. 산업화 세대(1930~40년생)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따른 경제 위기로 일시에 직장을 잃고 사회의 주도 세력에서 이탈했다. 중하위 계층에서 자영업 창업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를 설명한다. 1962년부터 본고사가 도입되고 1981년부턴 입학정원이 두 배로 늘었다. 대학 진학률은 30%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아졌다. 이때부터 평균 수명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게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유지할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이전 세대보다 고등교육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이 세대를 볼 때는, 절대 인구수가 많아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진=통계청]

[자료 : 통계청]

-지금의 갈등 양상이 586 내의 문제라는 것인가.

"586은 1년에 80만명씩 태어났다. 이들의 부모 세대(1930~54년생)는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금융위기로 주도 세력에서 조기에 물러나면서 586의 장기 집권 조건이 만들어졌다. 이들 고학력자는 우리 산업의 주요 부문을 이끌었다. 중후장대형 산업인 소재(철강·화학·정유)와 산업재(기계·조선·건설·운송), 자동차, IT 산업을 말한다. 2000년도엔 우리나라 전체에서 이들 산업의 매출 비중이 75%를 넘었다. 2018년 기준으론 60% 정도로 낮아졌다. 아마도 이들 586의 주력 산업은 스마트 팩토리와 4차 산업혁명으로 더 빠른 속도로 해체될 것이다. 정치적으론 운동권 세대로 지칭한다. 높은 대학진학률과 경제성장에 따른 민주화 의식 개선 등이 맞물린 결과다."

-기득권을 오래 쥐고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니 문제 아닌가.

"586에서 사회지도층을 차지한 이들은 극히 일부다.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면 사회 전체의 파이가 늘어 그나마 갈등이 덜했겠지만, 지금은 저성장 고착화로 파이가 오히려 줄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95%다. 이렇게 가계부채를 끌어 쓴 핵심 세대가 586이다. 기업부채는 오히려 줄었다. 불황형 흑자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채를 줄여온 결과다. 그만큼 중후장대형 산업은 힘들어졌다. 가계 빚에 짓눌리고, 회사도 어려워져 힘들어진 주 세대가 586이다. 586의 부모들도 IMF사태로 일찍 퇴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들었으나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하니 부양 의무까지 커졌다. 그만큼 이 세대 안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586 내의 양극화가 최근 사회 갈등의 주요인인가.

"우리나라 주도층이 아파트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586 전체에서 보면 그들은 일찌감치 서울 강남에 터를 잡은 매우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돈을 번 세대는 586 이전 아버지 세대다. 전체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결과다. 집이 아니라면 주식으로 돈을 벌었나? 그렇지도 않다. 이 세대가 사회 주도층으로 활동한 시기인 지난 10년 동안 주가지수는 2000선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보면 586과 3040의 갈등 구조라기보다는 586 내의 양극화를 현재 사회 갈등의 핵심 요소라고 봐야 한다."
 

[자료=BIS]

[자료=통계청]


-최근 사회 갈등의 증가 원인은.

"세대의 다수가 잘 먹고 잘 살면 갈등이 크지 않다.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이면 문제가 커진다. 전체의 파이를 키워 해결해야 한다. 세대 또는 사회 갈등의 주 현상은 과거의 정체성에 머물러 있는 '시간의 실향민' 상태가 이어지면서 생긴다. 리더 사회가 먼저 변하고 깨끗해져야 하는 이유다. 조국 사태의 본질도 이 문제다. 산업화 세대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뭐든지 해도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이기도 했다. 586도 대체로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지금은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투명해졌다. 젊은이들이 보기엔 페이스북만 봐도 다 나오는데, 거짓말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인가.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2% 이상 성장하는 곳은 거의 없다. 현재는 전 세계가 관세 벽을 쌓고 움츠리는 시기다.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말고는 모두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최소한 형식적으론 지배구조 문제는 해결했다고 봐야 한다. 글로벌 1등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세계 3등, 4등 정도의 산업을 1등으로 만들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국이 빠르게 우리 분야를 침범하고 있다지만, 그들도 공급 과잉과 기업의 과잉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구조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잘 버티면 중국이 힘들어지고, 우리가 못하면 중국이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586의 주요 산업이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래서 정부는 질적 성장을 위한 체계를 잘 짜야 한다. 과거 경제 위기 땐 양적 성장 대책이 주류였다. 경제 전체가 성장으로 돌아서면 위기를 넘겼다. 지금은 장기 저성장 고착화 시대다. 586이 주도하는 산업은 앞으로 5~10년이면 대부분 신산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586의 은퇴도 시작된다. 도요타의 일본 내 근로자 평균 연령이 40세 이하로 급격히 낮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았다.

-주요 산업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나.

"4차 산업으로 얘기하는 영역들이 지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만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지고, 그런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기는 사람의 머리로 커가는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질적 성장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영역은 대부분 교육 부문이다.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그런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 경제의 전체 파이가 늘어나야 586의 퇴장과 3040으로 이어지는 주도 세력 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 아래 세대인 X세대(주로 1970년대 이후 출생자)와 밀레니얼(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과의 조화도 결국 이전 세대의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퇴장을 전제해야 한다."


◆홍성국은 누구?

홍성국 대표는 지난해 말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수축사회'라는 책을 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얘기하기 싫어하는 장기 저성장 문제를, 사회 전체가 '제로섬 게임'에 빠져들면서 생기는 극심한 갈등 문제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세종시 출생, 고려고, 서강대 정외과 졸
1986년 대우증권 입사
2014년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6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
2016년 12월 혜안리서치 대표
주요 저서 : <인재 vs 인재> <세계가 일본 된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 <수축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