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조짐? 에너지소비, 금융위기 후 처음 줄었다

2019-11-10 14:51
산업·상업용 수요 부진
1∼7월 1억7767만TOE 작년동월대비 0.9%↓…성장률 둔화 영향
불황 본격화 신호 우려 커져

올해 들어 에너지 소비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상업용 에너지 수요 부진이 두드러졌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활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1~7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1억3766만7000TOE(석유환산톤)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895만3000TOE보다 0.93% 감소한 수치다.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최종 에너지 소비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현재 방식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두 차례 있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8.55% 줄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에도 0.55%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산업용 에너지 소비가 총 8362만3000TOE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줄었다. 가정·상업용은 2458만5000TOE로 같은 기간 2.55% 감소했다. 반면에 수송용(2500만2000TOE)과 공공용(445만7000TOE) 에너지 소비는 각각 0.86%, 2.46% 증가했다.

에너지원별로는 석유(-1.77%), 석탄(-0.65%), 전력(-0.94%), 도시가스(-2.81%) 등이 줄었다. 신재생 에너지(9.66%), 천연가스(LNG)(15.14%) 등은 크게 늘었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것은 경제 성장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대 후반에 그치면서 2009년(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정유·화학업체들의 설비 보수 작업이 이어진 데다 지난해 한파와 폭염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로 기저효과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조선업, 자동차의 생산 감소와 반도체 업체의 감산 등으로 인해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9월 제조업 생산능력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나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이자, 최대 하락 폭이다.
 

최종에너지 소비 연도별 추이.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